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Oct 06. 2023

연금술사의 돌과 파랑새

지금의 행복만으로는 위험해

https://brunch.co.kr/@eunyoung42/79


어느 투자자가 어부에게 물었다.


- 당신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고기를 잡나요?-

- 하루에 100마리쯤 잡습니다. -

- 몇 시간이 필요한가요? -

- 한 3-4 시간이 걸립니다. -

- 그럼 나머지 시간들은 무얼 하지요? -

-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축구 경기를 보지요 -


- 당신이 하루에 두 시간만 더 일을 한다면, 지금보다 절반정도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당신의 소득이 50% 정도 더 늘어날 거고, 그 소득을 모아서 7년쯤 후엔 더 큰 배를 구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당신이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수는 지금의 10배쯤 될 겁니다. 그럼 선원을 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 그렇게 5년쯤 더 일을 한다면 배를 한 척 더 구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20배나 많은 물고기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잉여금을 주식에 투자하고, 연 4%의 수입으로 예상하면 20년쯤 후에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


- 그럼 그때는 무엇을 하면 되지요? -

- 책을 읽어도 되고,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축구 경기를 볼 수 있지요 -

-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걸요? -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현재를 소중히 생각하라는 교훈이라 생각했다. 미래의 불확실성 보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즐길 줄 아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파랑새는 내 집의 새장에 있었음을 깨닫는 이야기들이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하고, 감사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물론 그 믿음을 잃은 것은 아니다. 오늘 한 편의 글을 읽었다. 글은 내가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우리가 넓은 세상에 나가야 하는 이유는 깊이에 있다고 했다. 그 깊이는 경험과 관계된 것이다. 경험은 지금의 내가 드러내놓고, 증명할 수 없지만 그 진가는 위기가 닥쳤을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예전 취업을 준비할 때 나는 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직업에 도전했다. 단 2명을 뽑는데 서류만 3-4천 명이 지원하는 그런 직종이었다. 그리고 나는 최종 면접 6명 안에 들었다. 아쉽게도 그곳이 나의 역량의 한계였지만 나는 꽤 높은 경쟁률을 헤치고 맨 앞줄까지 서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왔다. 결국 내 자리는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 경험을 하기 전에도 취업준비생이었고, 또다시 취업 준비생으로 돌아왔으니 표면적으로 나의 간판은 그대로인 셈이다. 하지만 분명 달랐다. 그 시점을 기점으로 나는 달라졌다. 그 다름은 평소에 잘 모른다. 또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평소의 생활은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또다시 면접장에 서게 되고,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답을 내놓지 않는다.


삶은 평탄하지만은 않다. 굴곡이 있고, 그 굴곡 속에는 내가 극복해야 할 일들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극복해야 할 일이란 것은 평소의 노력으로는 힘에 부칠 수 있다. 평소의 힘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이라면 굴곡이라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굴곡을 넘어서는데 평소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평소와 같지 않은 대처가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경험이 될 것이다. 비슷한 일을 해결했던 경험, 더 힘든 일에 굴하지 않았던 끈기, 더 복잡하고 비참했던 슬픔들이 앞으로 다가올 일을 견딜 수 있는 방패와 칼이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모험이 필요한 것은 지금의 자리보다 더 멋진 곳을 찾아가기 위함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모험이 필요한 것은 다음에 닥쳐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튜토리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파랑새를 찾아 세계를 모험하던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와 파랑새를 발견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정말 파랑새를 찾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주인공은 모험으로 경험의 깊이를 채우고 돌아온 것이다. 그 경험으로 과거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시각을 찾은 것이다. 연금술사의 돌을 찾는 것도, 파랑새를 찾는 것도 모두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우리는 불행히도 우리의 꿈을 이루기보다 이루지 못하는 일을 훨씬 더 많이 경험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루지 못함이 이루지 못함으로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안다. 성공과 행복은 어떤 숫자가 나올지 모르는 복불복의 선택이 아니다. 보이지 않고, 실패라 생각된 그 경험은 작은 씨앗이 땅 속깊이 뻗어나간 뿌리인 것이다. 그리고 그 뿌리에서 끌어올린 열매가 비로소 세상으로 싹을 틔울 때 우리는 예쁜 꽃을 만날 게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지식의 저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