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일기 (1)

by 안녕

#. 체력 이슈

퇴근 후 바로 뻗었다. 이럴 수가. 이렇게 체력이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요새는 그냥 뻗어버린다. 졸려도 너무 졸리고 다리도 천근 만근이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망했다. 6시 30분에 일어나서 글이라도 써보려고 했는데 가족들 모두 기상. 실패.


나이가 들어갈수록 매일매일 너무 열심히 살면 하루의 끝에 피곤이 밀려온다. 그냥 피곤한 게 아니라


"아이고, 아이고.. 죽겠다."


가 절로 나오는 피곤함인데, 그 옛날 우리 엄마, 할머니가 그랬다. 이해 못 했던 말인데 부쩍 이해가 가는 요즘이다. 이제 겨우 불혹을 넘긴 나인데 지천명 때에는 어떠려나.


운동도 해야 하고 건강한 것도 먹어야 한다. 토마토, 귤, 참외, 오이, 그리고 삶은 계란과 고구마 등으로 건강하게 하루를 채워보려고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은 조금 쉬면서 체력 보충해야지.


#. 사람에 관하여

에세이를 엮기로 한(내 맘대로?) 아이가 생각해 온 여러 가지 글감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기로 했다. 사람, 우리가 늘 만나지만 사실 깊게 생각하지는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 사람을 만나 성장한, 나의 기억에 가장 오래도록 남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 마감은 6월 4일 17시까지인데 적어도 오늘은 초고를 완성하고 싶다.


가만히 헤아려 본다. 나를 성장하게 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데 특정 지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누구든 나에게 좋든, 좋지 않든 영향을 끼쳤고 그것들이 모여 내가 되었다.


사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차마 글로 쓸 수 없는 존재이고, 그 외에 다른 사람을 찾자니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오늘 하루 내 머릿속은 주변 사람을 생각하고 추억을 기억하고 글로 다듬어 보는 일이 되겠다 싶다. 쉬엄쉬엄, 천천히. 그렇게 한 번 가 보도록 한다.


- 오늘 안에는 완성할 수 있을까?


#. 작가와의 만남

<ㅈㅅㅋㄹ>의 저자 오하루 작가를 초청하여 강연을 진행했다. 작년에도 했던 행사여서 수월했으나 작년만큼 나 스스로 집중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일이 많아서? 개인적인 이슈로? 무튼 작년보다 약간은 빈틈이 있었다. 사서선생님 덕분에 빈틈을 많이 메꿀 수 있었다.


3학년만 선발하여 명단을 꾸렸다. 한 명 한 명 다가가 강연을 들어봄이 어떠냐 묻고 좋다고 한 아이들만 초청했다. 이유는, 관심 없는 아이들이 억지로 가 앉아 있으면 분위기도 흐리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공을 들여 섭외한 23명의 아이들이 강연장을 빛내 주었다.


더러는 딴짓도 하고 더러는 집중하여 들으며 3시간 정도가 흘렀다. 그 사이 나는 돌봐줄 사람이 없는 딸을 데리고 오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다. 돌봄 교실에 혼자 앉아 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은 조급한데 택시는 잡히지 않아 애가 탔다. 왕복 40분 안에 무사히 도착하여 아이들 도서관에 앉혀 놓고 조심스레 행사에 참여했다.


아주 예전엔 아이들이 왜 이런 좋은 강연을 집중해서 듣지 않지? 하고 속상해했다. 진심으로.


욕심을 버린 지 오래다. 23명 중 단 한 명이라도 울림을 얻었으면 된 것이라고 내려놓으니 한결 편하다. 마음이란 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니, 데려다 앉혀 놓았지만 감상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며칠 전,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선생님. 다른 작가님도 초청해 주시면 안 돼요?"


고등학생 소설가. 대다수의 아이들이 책을 읽었다며 좋아할 것이라고 두어 번 들은 적 있다. 다음엔 그 작가를 초청하여 강연을 진행해 보면 좋겠다,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 NF는 일을 벌이지

어제 카톡창이 울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둘이 일을 잘 벌이는 건 우리 둘 다 NF여서 인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가능성을 보는 나는 지금 현실에서는 어려울 것 같은 일도 머릿속으로 청사진을 그리며 일을 진행하는 편이다.


'이게 될까?'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를 생각하는 편이다.


그 선생님도 그런 사람이라 같이 근무할 때 좋았다. 이렇게 하면 되겠어? 그게 애들이 그 정도 수준을 하겠어? 우리 애들은 안 돼, 가 아니라 음, 그러면 이렇게 하면 좋을까요? 하며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만날 수 없어도, 오랜만에 만나도 반가운 사람.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반가워 한참을 수다를 떨었다.


힘든 거 다 잊고 미화하는 병에 걸린 나는

언제나 도전하고 일을 찾아 하는 그 선생님이 좋다.


조만간 만나서 내가 애들하고 쓰게 된 두 권의 책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내고 싶다.

시켜서는 못하는,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존중해 주는 나의 소울메이트 선생님이다.


그래, 우리는 NF다.



#. 어떻게 마무리하지?

일기로 시작한 글인데 뭐 이렇게 잡다하게 많이 썼는지.

이 시간에 글이나 쓸 걸, 하지만 뭐 이런 글들도 필요하지 않겠나, 싶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뭐라고 마무리할지 모르겠다.


아주 옛날 식으로 마무리해볼까?



2025년 6월 3일 화요일 날씨 맑음(도대체 일기에 날씨를 왜 쓰지? 왜 쓰라고 했지?)

안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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