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잖아!
(지금부터 쓰는 글은 약간의 팬심이 담긴 주접글임을 밝힙니다.)
연예인에 관해서는 외모의 기준이 무척 높다. 미소년 스타일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송중기, 이도현, 박보검, 이제훈 같은. 그런 싱그러운 스타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벌렁벌렁 거리는.
<동주> 속 강하늘도 좋았다. 제일 사랑해마지 않는 시인이 동주였다. 시도 좋았지만 정갈한 그의 외모도 한몫했다. 강하늘은 어딘가 순수한 구석이 느껴지는 얼굴. 넋을 놓고 울며 본 영화였다.
그러니, 곁에 있는 송몽규역의 박정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연기를 잘하네, 음. 페이소스가 있네. 그런데 동주 언제 나오지?
처음 알게 된 것은 <파수꾼>. 주인공 이제훈의 친구 '백희준'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그가 인상 깊었다. 분명 평범하게 생겼는데 눈에 들어왔다. 정말 남고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얼굴. 성격. 말투. 그런 것들 말이다.
두 번째로 알게 된 것은 <동주>, 앞서 말한 대로 동주를 위한 영화에 몽규는 스쳐가는 인물이었다. 역사적 사실과 별개로 나에겐 그랬다.
'배우 1'에 지나지 않던 그의 삶에 우연히 닿게 된 것은 유퀴즈 덕분이었다. 배우를 잠시 쉬고 출판사를 차렸다고. <첫여름, 완주>라는 소설이라고. (아! 나 그 소설 아는데!) 그때부터 생긴 내적친밀감은 가라앉지를 않았다. 배우가 소설을, 배우가 출판사를, 배우가. 그러니까 그 백희준이. 그 몽규가. (미안할 따름이다. 작품을 그렇게 많이 보진 않았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소년미를 좋아하고, 예를 들면 박보검, 이도현, 이제훈 같은.)
6월 21일 방문한 국제도서전에선 일부러 그의 출판사를 찾았다. <무제>. 당연히 그는 없었고 사람들은 넘쳐흘렀다. 책을 구경할 겨를도 없이 배회하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강연을 진행하는 그를 보곤 반가워 사진 한 장 찍은 게 전부.
본격 팬심이 발동한 계기는 학교 도서관에서였다. 학기말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도서관 수업. 아이들을 대충 이곳저곳에 풀어놓고 신간코너를 뒤적이던 중에 <쓸 만한 사람>이라는 책 제목을 보게 됐다. 박정민. 연기도 하고 글도 쓰는 사람.
짧고 간결한 작가 소개가 마음에 들어 당장에 빌려 왔다. 단숨에 읽어대고 단박에 사랑에 빠졌다. 이 사람, 이렇게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었나. 이 사람 이렇게 진지하고 차분한 사람이었나. 이 사람 이렇게 글 잘 쓰고 사유가 깊은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자, 가슴 한편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맞다. 사랑에 빠진 것이다.
연기도 잘하는데 글도 잘 썼다. 글은 담백하고 느끼했고 웃겼다. 이십 대 후반부터 삼십 대 초반까지의 삶을 자연히 녹여낸 그 책은 충분히 읽을만했다. 아니, 솔직히 너무 좋은 책이었다. 사랑에 빠지기까지 충분한. 뭐 그런. 일상은 소소했지만 묵직했고 배우를 향한 꿈은 진지했지만 때로 슬펐다. 나는 그 모순된 지점이 좋았다. 툴툴거리지만 다정하고 다정하지만 때론 단호한 그 어딘가에 있는 그 배우가 진짜,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음이 움직이면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좋아하면 고백하고, 성적 올리고 싶으면 공부하고, 이기고 싶으면 운동하라고. 이젠 내 차례.
마침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독립출판으로 출판한 책이 한 권 있다.
마침 그는 배우를 1년 쉬며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고 원고를 받고 있을 것이다.
쓰지도 않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어 <무제>를 검색한다. 수많은 피드 사이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을 찾아본다. 인기가 많아도 너무 많다. 내 글, 보일 리 없다. 그래도 일단 던져보는 것이다.
혹시 모르지. 성덕이 될 수도.
아니 작가님, 아니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희 출판사에서 출판하고 싶은데요, 할지도.
그럴 수도 있으니까 방학 때에는 그의 영화를 조금 많이 봐둬야겠다. 드라마, 영화, 그리고 최근에 예능에 나와 부른 노래 <고민중독>까지. 출판사 미팅에 가면 도도한 척 회의를 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거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속으론 환호성을 부르며.
마지막엔 꼭 이렇게 말할 거야.
아니, 그런데 배우가 이렇게 글을 잘 쓰시면,
완전 땡큐잖아요.
팬이에요! <파수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