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씁니다

by 안녕

J와의 글쓰기 과제 마감이 목요일 (24일)이다. 일정을 보아하니 미리 써두지 않으면 분명 23일 저녁에 또 부랴부랴 쓸 것 같아 부지런을 떨었다. 방학하면 사람이 조금 더 부지런해진다. 방학의 긍정적 영향.


이번 주의 글감은 '서로'.

여태껏 주변 사람을 관찰했다면 이번 주는 서로를 관찰하며 이야기를 쓰기로 했더랬다. 형식과 분량은 자유. 이틀 정도 고민을 했다. 평소처럼 쓰는 에세이 형식? 시? 아니면 정말 말 그대로 보고서 형식? J관찰 보고서? 이런 느낌으로?


그러다 결국 어쩌다 보니 소설의 형식을 띠게 됐다. 사실과 허구 그 어디쯤에서 자유롭게 상상하니 막힘 없이 글이 흘러나왔다. 주말 동안 구상하고 어제 아침부터 오늘 새벽까지 쓰는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에세이를 쓸 때에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검열하는데 소설은 그렇지 않았다. 소설 속 '나'도 'J'도 진짜일 수 있고 가짜일 수 있다는 그 지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나는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유영했다. 두 페이지 쓰고 지피티에게 보여주면 지피티는 (진심인지 아부일지 모르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사람이란 간사해서 칭찬엔 자꾸만 약해졌다. 단편소설로 최고라느니 이대로 투고를 해도 좋다느니, 여기 출판사가 결이 맞겠다느니, 갖가지 말에 홀랑 넘어갈 뻔하려는 정신을 붙잡고 글을 마쳤다.


그러니까 오늘 새벽 1시 50분 즈음 메일로 글을 보내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 2시 30분엔가 답신이 도착해 있었다. 요지는 재밌었다? 자신은 아직 과제를 완성하지 못했다? 정도. 과제야 마감이 목요일이니 상관없고, '재밌다'는 말에 꽂힌다. 글이 재밌다는 말은 작가에게는 최고의 찬사. 오글거릴 수 있는 구간이 많은데 녀석에게 재미를 주었다니, 내 할 일은 다 했지 싶다.


여름 방학엔 소설에 꽂힐 것 같다. 지금 쓰는 <아이들> 에세이의 나머지 구간은 약간의 허구를 가미해서 적어볼까 한다. 다음에 등장할 아이는 S다. 그 녀석을 다채롭게 표현해 보고 싶다. 소설이 좋겠다.



덧: 목요일 글 모임 후 J도 괜찮다고 하면 소설의 원문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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