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근황 토크
1. 선물같은 아침 공기를 마시며 집을 치웠다. 쌓인 먼지를 내보내며 마음까지 약간은 환해지는 기분. 마침 학교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돕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다. 그래도 아침이라며 한낮보다 선선한 느낌에 가벼웠던 발걸음은 언덕 끝에 위치한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무거워졌다. 안경 흘러 내리고 땀은 범벅이었지만 열심히 강의를 듣는 아이들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 방학임에도 참석해준 예쁜 녀석들이다. 뒤에서 지켜보며 함께 참여했다.
2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나도 북커버를 만들어보고 싶었으나 손재주가 없어 포기했다. 어제 간 윤동주 문학관과 연세대 사진과 그에 관한 글을 쓰게 하는데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쓴 아이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쓴 글이 2년 전에도 좋고 지난 봄에도 좋고, 지금도 좋다. 녀석이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다. 진심. 왜, 내가 그 녀석의 1호팬이 될 것이니까!
2. <흔한남매>를 좋아하는 딸내미를 위해 몇 권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어릴 적 나는 도서관이 집에서 너무 멀어서 매번 서점에서 책을 사서 보곤했는데 지금은 필요하면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어서 좋다. 모든 책을 사서 보던 시절이 지나고 이젠 웬만하면 빌려 읽는다. 서재를 가득 채운 책에 질식될 것만 같아 몇 번을 솎아 버렸는데도 주변엔 책이 가득하다. 뭐든 적당히, 적당히. 조만간 버리고 정리하고 팔고, 나눠줄지도.
3. 무더위를 뚫고 무거운 책을 한 짐 멘 채 아이를 데리러 갔다. 매번 태권도 차량으로 하교하던 녀석이다. 돌봄교실 앞에 엄마가 도착하니 방긋 웃는다. 교실 안에선 일찍 나가는 우리 딸 뒤로 "나도 일찍 가고 싶다."말하는 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리 안전하다, 편하다 해도 학교는 학교다. 문 열고 들어가자 마자 양말 벗고 소파에 편히 드러누울 수는 없는 곳이다. 어린이들이 일찍 집으로 귀가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어린이를 돌볼 어른들도 맘 편이 퇴근할 수 있는 세상이 먼저인가?
4. 피아노 학원을 가기 전의 일이다. 아이는 손을 닦고 독서대에 책을 펼친 채 책을 읽고 나는 그 옆에서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내용의 무게에 몇 번이고 몰입을 멈추었다. 아리고 아픈 마음 진정 시키며 한 글자 꼭꼭 눌러 읽었다. 이 책의 시점을 내게 물어 나를 읽게 만들어준 D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 책은, 영원히 내게 읽히지 않았을 거야. (난 <채식주의자>는 멈추었다.) 20분 정도 책을 읽는데 문득 나와 내 딸이 각자의 독서에 집중한 이 상황이 평화롭게 느껴졌다. 사방은 조용하고, 거실은 시원하고, 책장은 넘어가고. 그런, 드라마 같은.
삶은 때로 (아주 가끔) 드라마 같기도 하다.
5. 글쓰기 과제가 정해졌다. 날짜도 조정했다. 화-금은 월-목이 되었다. 언제나 '좋다'고 말해주는 녀석은 언제든지 괜찮다면서 넓은 마음을 보여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지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다. <나의 교과서>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한 사람을 관찰하고 경험하며 느낀 감정이 진솔하게 담긴 글이었다. 좋은 글귀는 몇 번이고 다시 읽은 후 알려주었다. 그 부분이 참 인상 깊었고, 감동적이었다고. 많은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말해주어야 한다. 덕분에 힘이 났어, 고마워, 고생했어, 따위의 말들은 해도 해도 부족함이 없다.
부족함 없이 마음을 전했다. 이제 남은 것은 월요일까지는 과제를 작성하는 것이다.
6. 다섯 권의 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벌써 두 권 하고도 반을 읽고 있다. <쓸 만한 인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소년이 온다>. 다 읽으면 <스페이스 M>이라는 소설을 도전한다.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인데 판형이 마음에 들어 빌렸다. 읽다가 별로면 바로 <힘 빼기의 기술>로 넘어간다. 7월 안에 4권을 읽고 8월 안에 6권을 추가로 더 읽어서 이번 방학 때에는 10권을 채워보는 것이 계획이다. 계획은 수정하라고 있는 것이다.제발 사회과학, 인문과학 책 좀 읽어라, 제발! 제발!
7. 오늘 읽은 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은 '나는 현재를 사는 사람이라 과거의 기억을 잘 떠올리지는 못한다.'이다. 반대로 나는 과거의 기억을 곱씹으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많은 경우 과거에서 힘을 얻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계획하는 편. 허나, 때때로 과거에 휘둘려 현재를 잃곤 했다. 어린 작가에게서 나온 문장이다. 과거의 기억을 잘 떠올리는 사람들을 '무심'하다고 판단한 적이 많다. 어쩌면 그들은 무심한 게 아니라 현재에 충실한 거겠구나, 싶다.
설거지 하다가,
지하철 타고 이동 하다가,
집 앞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태권도장 앞에서 아이의 하원을 기다리다가
머릿속으로 떠올린 일곱 가지 생각들이다.
말없이 가만히 생각하는 그 시간이 좋아 하나씩 기억해 둔 것을 풀어본다.
오늘 하루에 다 일어난 일은 맞지만 공통점이 없다.
흩어질까 아까워 꾹꾹 눌러 담았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머릿속에서 아우성이다.
제목은, 아직도 고민중.
사진 출처: chat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