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J의 이야기

by 안녕

지금은 덩치만 큰 나에게도 코흘리개 시절은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바야흐로 초등학교 1학년,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 학원은 내 주변 친구들이 아무도 다니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학원을 바꿔달라고 했고 그렇게 내 새로운 학원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그 학원은 공부 학원이었는데 전 과목을 다 해주는 학원이었다. 그곳에 가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친구가 검은색 봉고차를 타고 가는 모습이 멋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내 사라지고 노란 봉고차로 바뀌었다.) 그렇게 본능인지 모를 무언가에 빠져 들어간 학원..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 1~2년은 좋았다. 친한 친구 2명이랑 총 3명에서 같이 행복하게 다녔다.

그러나 그 두 친구 모두 나가고.. 새로운 학생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나 혼자였다는 것이다.




‘혼자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현재의 나도 그렇지만 그때에 나는 내면에 무언가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리고 내 내면에는 완벽주의, 자기 파괴형 나르시시즘 등등이 있었다. 그 서순은 대략 이러했다. 공부 학원이다 보니 당연하게도 문제를 풀어야 하고 난 문제를 풀었다. 문제를 풀다 보면 틀리는 문제가 나온다. 이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어린 나는 참을 수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며 심기가 매우 x100 불편해졌다. 남을 향했다기보다는 이런 것도 풀지 못한 자신에게 화살이 향했다. 그러면 혼자서 뾰로통해져서 학원 원장선생님에게 투정을 부리고 수업해 주시는 선생님에게 투정을 부렸다. 심한 날은 투정에서 나아가 울기도 하며 스트레스에 몸서리쳤다.




매일같이 투정을 부리는 나를 보듬어 주신 건 원장 선생님이었다. 어떨 때는 컨디션이 별로야? 하며 묻기도 하시고 선생님 눈치 그만 보게 하라고 호통을 치기도 하셨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한 해, 두 해 넘어가고 5~6학년 즈음이 되자 친구들도 많이 들어오며 내 성격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종종 짜증 내고 울기도 했으나 6학년 말이 되자 그런 성격은 거의 없어졌다. 원장 선생님은 내 성격이 어떻든 항상 똑같으셨다. 그저 나를 응원해 주셨다. 그 자세는 지금도 한결같으시다. 나도 학원에 다닌 지 어언 8년이 더 되어간다. 지금 학원에 가면 원장 선생님은 간혹 옆에 있는 선생님에게 말씀하시곤 한다. “어머.. J 큰 거 봐요.. 어릴 때는 요만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같이 큰 것 같아 왠지 모를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와 살았던지라 학원에서의 시간이 엄마와의 시간보다 길었던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원장 선생님은 엄마와는 다른 부분에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때는 시험이 끝난 날이었다. 나는 예상과는 달리 문제 몇 개를 틀려왔고 할머니가 잔소리를 시작하셨다. 그러면 엄청나게 짜증이 난다. ‘할머니가 뭘 안다고’ 하는 생각과 함께 공격적인 어조로 말한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끝나면 곧이어 전화가 걸려온다. 엄마의 잔소리다. 엄마는 공부 열심히 하라면서 계속 말한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해도 다음 날 걸려온 전화의 마무리는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정말 억울하다. 내가 틀리고 싶어서 틀린 것도 아니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말하지?' 같은 날 선 의문들이 들기 시작한다. 날 선 마음을 가진 채 학원에 가면 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에구구.. 왜 이렇게 많이 틀렸을까.. 괜찮아.. 회장일 하면서 어떻게 성적까지 챙기겠어.. 네가 많이 배웠으면 됐어.. 사람이 어떻게 항상 잘하기만 해..” 그 말을 듣고 나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눈물 속에는 시험을 못 본 속상함도 있었고 그래도 나의 노고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와 고마움도 있었고 다음에 더 잘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원장 선생님은 이렇게 내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시기도 하고 학업과 진로에서 나의 지주가 되어주시기도 했다. 내가 힘들 때도 학원에 가고 행복할 때도 학원에 가는 이유이다. 원장 선생님뿐만 아니라 영어 선생님, 국어 선생님, 과학 선생님, 수학 선생님 등등 학원에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이 계시다. 그래서 이 글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우리 선생님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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