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이야기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가 차가워지다 못해 아파지는 겨울이 찾아왔다. 아직 나뭇잎들은 푸릇한 기가 가시지 않았는데 벌써 찾아왔다. 세찬 바람은 옷가지 사이사이를 뚫고 솜털까지 얼려버릴 듯한 기세로 불어온다. 아침에 학교 가기는 더 싫어지고 이불 밖을 나오기는 더욱더 싫어진다. 그럼에도 결국 현관문을 나서야만 하는 처지에 한탄할 뿐이다.
다시 보니 선녀인 걸까. 이제 와서 지독히도 더웠던 그날 여름이 생각난다. 노트 한 장을 부욱 찢어 동그랗게 뚫린 고리 자국들을 가위로 잘라내 꼬깃꼬깃 접어냈던 그 편지 말이다. 잘 안 접혀서 이리 접고 저리 접고 하다 보니 자국들이 글자를 가려버릴 정도였다. 아마 그 편지를 '읽는다' 끼보다는 '해독한다'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게 진정한 마음을 담은 편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편지지를 마련할 시간도 없이 무작정 적어내야만 하는 그런 진심 아니었을까. 한시라도 빨리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적어 내려간 진심이 담긴 편지였던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내가 쓴 글들도 그 편지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수많은 고민을 거쳐 꼬깃꼬깃해진 생각들을 글로 옮겨내며 다시 한껏 꼬깃꼬깃하게 만들어 낸, 나름대로 꼬깃꼬깃함의 정수라고 할 수 있겠다. 한 자를 읽어도 자국들이 깊게 파여 눈으로 그 깊이를 읽을 수 있는, 눈을 넘어서 마음속에서 그 깊이를 읽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써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접히고 접힌 내 감동, 슬픔, 즐거움, 허무 함들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이불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꽃을 피웠으니 이제는 겨울을 나기 위해 다시 떨어져야 할 때다. 분분한 낙엽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제 여름의 꼬깃꼬깃한 추억을 담은 낙엽들로 차가운 겨울을 견뎌보자. 다시 봄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