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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에 들어갈게!

by 안녕

유니야. 안녕. 엄마야.

정말 오랜만에 편지를 쓰네.


요새 엄마가 일이 바빠서

네게 마음 하나 제대로 전할 시간이 없어

아쉽다.


오늘은 화요일, 아니 수요일 새벽이야.

조금 전까지 쇼츠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엄마는, 문득 오늘의 마음을(어제의 마음인가?)

너에게 보내고 싶어 글을 쓴다.

이 글이 언젠가 책으로 엮여서 너에게 닿기를.




갑자기 시리도록 추운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한 요즘

유니는 어떻게 보내고 있니?

엄마는 지난주에는 매일 새벽 2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밀린 일을 해냈지.

네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체력적으로는 많이 힘이 들더라.


최대한 다정하려 했지만

조금씩 틈이 벌어지며

정리되지 못한 감정을 네게로 흘려보낸 것 같아.


4시 30분에서 조금이라도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7분 거리의 지하철역을 향해

달리기를 해야만 하는 삶이 어떤 날엔 버겁곤 했어.

아주 잠시만 쉴 수 있는 시간을 바라는 것뿐인데

엄마의 삶엔 '그런'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지곤 했거든.


그럴 때면 태권도장에서 기다리는 네가

무서워할까 봐 달려가면서도

동시에 얼른 네가 자라서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랐어.


대체적으로는 좋은 엄마였다고 생각하지만

네게는 속상하고 나쁜 순간을 주는 엄마였을 거라는

생각도 늘 해.


나는 다정하고 섬세하지만

때로는 엄격하고 무섭고, 진지하거든.

예의에 어긋나는 듯한 행동이 보이면

정말 예외 없이 굳어버리는 표정에

많이 놀랐을 수 있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제대로 잘하는 것인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저 순간순간의 판단에 맞춰서,

때로는 엄마의 제자들에게 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려고는 하는데

그 행동들이 네게 어떻게 다가갈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생각의 끝엔 <체벌 거부 선언>이라는 책이 있어.

오늘 수업 중에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폭력을 당하지도, 하지도 않겠다는 사람들의

선언문을 모은 글이야.


읽는 내내 엄마의 어린 시절,

그리고 너의 현재가 겹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더라고.


너를 위한다고 한 것들은

사실은 나의 완벽주의 때문에, 혹은

나의 강박 때문에 벌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정말 너를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

맞을까?


그런 생각이 엄마를 가득 채우고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언제나 제1로 생각해 주는 너를 볼 때면

어쩌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그 이상으로

자식은 부모를 언제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해.


유니야.

나의 사랑하는,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나의 유니야.


일곱 살에서 여덟 살이 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눈물과 후회와 그로 인한 성장을 겪은 너를

엄마는 늘 응원해.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때로는 너에게 거친 말도 할 테고

짜증도 부릴 수 있어.

그 모든 것이 너를 위한 것이라 거짓말을 하진 않을게.

다만, 마음속 깊은 곳에선 널 위한 사랑이 있음을

언제고 꼭 말해 줄게.


그러니 넌 언제나 네 길을 가.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멈춰 쉬기도 해.

그러다 문득 엄마가 생각나면

그냥 뒤를 돌아봐.

그러면, 그 뒤에

천천히 걷고 있는 엄마를, 볼 수 있을 거야.



유니야.

우리 잠들기 전에

꼭 하는 말,

사랑해,

고생했어,

좋은 꿈 꿔.


그 말을 오늘은 못 해준 것 같아.


이미 깊은 단 잠에 빠져있는 네게

마음으로 보낸다.



사랑해,

고생했어,

좋은 꿈, 꿔.






추신: 엄마 오늘도 2시에 조심스레 들어갈게. 깨지 말고 푹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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