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은 학교를 떠날 준비
연구년 탈락하고 일주일 동안은
그야말로 헤롱헤롱거렸더랬죠.
겉으로야 티는 안 났지만
속으로는 많이 힘들었어요.
연구년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이리저리
저를 쿡쿡 찌르는 일들만 가득해서
12월 첫째 주는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4일 정도를 보내니
역시, 일이 쌓여갑니다.
그중 제일 급한 것은
당장 목요일, 출장지에서 도맡게 된 '발표'준비입니다.
PPT는 이미 만들어 제출했는데요.
문제는 말을 매끄럽게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이 시간에 시작해 봅니다.
낯선 사람들 100명 앞에서
제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느냐면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사실 지금 쓰는 글은
마음을 다잡기 위한 하나의 방편인 셈이죠.
흠, 그런 것이죠.
언제나 그렇듯 실전에서 나름 선방하는 편이니
12월 11일, 발표 무사히 마치고 후기 남기겠습니다.
자, 그럼 본론으로 가보실까요?
이 학교에서의 근무가 딱 1년 남았습니다.
1년. 생각보다 짧은 시간입니다.
어떤 학년을 가르칠지,
어떤 업무를 할지 아직 미지수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1년 동안 모든 것을 비우고
정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임 발령지에서
5년 동안 쌓인 짐을
미루고 미루다 정말 고생했습니다.
송별회 후에도 학교에 가서
쓰레기 정리를 했으니 말 다했죠?
그러니, 이제 경력 좀 쌓인 저는
그런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짐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다시 볼 것 같던 모든 학습지와
활동지, 그리고 각종 교구를 버리고 있어요.
1년 정도 안 쓴 거면 사실상 안 쓰는 겁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주고 간 것들도
내가 산 게 아니면 손에 잘 안 갑니다.
수업 자료든 뭐든 일단 내가 사야 손에 가더라고요.
14년 동안 물려받으며 깨달은 사실이죠.
그래서 요새 저는
틈틈이 자리를 정리합니다.
뭐 실제로 보면
'엥? 이게 정리한 거야? 그럼 평소에는 어떻다는 거야...?'
할 정도로 너저분하지만
제 마음은 벌써 많이 많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내일도, 공강 시간에 틈틈이 다 버리렵니다.
버리고 또 버릴 거예요.
그래서 1년 후에
이곳을 떠날 때에는
진짜 종이박스 하나에 소박히
담아 갈 정도로요.
마지막 소식인데요.
J와 쓴 글을 엮어 종이책으로 만들어 볼 준비 중입니다.
오늘 아침 부랴부랴 편집하여 녀석에게 주었습니다.
사실 제가 좀 더 꼼꼼히 봐야 했는데
마음이 급했어요. 일단 던져주곤
발표를 마치고 저도 좀 보려고 합니다.
졸업할 때 즈음에
책이 나오면 선물로 주면 딱이겠다, 싶어요.
근데 제가 좀 F가 분명한 편이라 그런지
글 편집하다가 조금 뭉클하더라고요.
1년 간 진짜 고생했다 싶고,
애썼다 싶고,
이제 진짜 끝인가 싶습니다.
졸업 후 만나서
맛난 거 사 주기로 약속했는데
그때가 지나면 진짜 끝, 이겠지요.
만남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
아쉬움 남지 않게
만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감상에 빠져 있기엔
시간이 진짜 얼마 없어요.
졸업이 한 달도 안 남았거든요.
아휴, 일 하기 싫어서 농땡이 피우다
벌써 20분이나 까먹었네요.
이제 진짜 발표 준비하러 갑니다.
할당받은 시간이 20분입니다.
20분 동안 제 이야기 잘 말해보겠습니다.
늦은 시간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언제 어디서고 제 글을 읽고
마음을 표현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맙습니다.
늘 덕분에 힘을 내어
이곳에 삶을 기록합니다.
평안한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