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시간

by 안녕

숨만 쉬어도 바쁜 12월입니다.



분명 3학년 아이들은 시험도 끝났고

딱히 하는 게 없는 데도 늘 분주합니다.

의미 없이 휴대폰 주거나 노트북 주며

시간 보내기가 싫어

뭐라도 같이 보자고 넷플릭스도 보고

뭐라도 같이 하자고 영상도 찍다 보니

발품, 손품 팔게 되고

그러다 보니

늘 하루가 바쁘게 흘러갑니다.



오늘은 급하게 올려야 하는 공문이 있기에

수업 틈틈이 뭐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라고요.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녀석들,

제게 마치 마이쮸를 맡겨 놓은 듯

얼른 마이쮸 달라며 손을 내미는 아이들,

부러 걸음을 늦추어

제 길을 막는 놈(?)을 가까스로 피해

자리에 앉았습니다.



3시 30분부터 부랴부랴 시작한 일은

끝내 마무리되지 못하고,

제이를 만나 사진을 찍기로 한 시간이 되었었지요.



급한 공문 결국 처리 못하고 사진도 부랴부랴

찍었습니다. 사실 사진이란 게 약간 여유롭게 마음 편히

찍어야 하는데 제 마음이 바빠 그러지 못했습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급히 보내는 마음이

살짝 미안해진, 하루였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는 아무리 늦더라도

나를 위한 시간이 단 10분이라도 있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학교에서는 조용히 혼자 일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집에서는 가만히 아무 말하지 않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그것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과는 별개입니다.

이것은, 아이들과 부대끼는 시간과도 별개입니다.

오롯이 나 혼자서 내 안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어야만 합니다.



대부분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고, 매일을 이렇게 글을 씁니다.

배설을 하든, 정리를 하든

어떻게든 마음을 적어 내려가야

하루를 마무리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주 오래전부터의 습관입니다.

저를 일으켜 세우는. 뭐 그런.



그래서 저는 새벽 1시 40분을 넘긴

지금, 아직도 스탠드 불에 의지한 채

무언가를 기록합니다.

때로는 두서없고

때로는 들끓는,

더러는 침잠하기도 하는 감정들을

어떻게든 적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은 차분해지고

무수히 많은 돌멩이가 와

부딪혀도 동요하지 않을 고요함으로 가득 찹니다.



그 순간이 되면,

묘한 만족감을 느낀 채

노트북을 끕니다.



어쩌면 제 하루의 마무리 의식이 될 수도 있겠네요.



다행스럽게도

저는,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며

평온을 되찾습니다.

와글거리고 혼이 빠질 것 같던

시간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저는

오늘을 이렇게 복기하고

조용히 기록합니다.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나를 다독입니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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