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졸업식까지 버티고 아프겠지 뭐-."
말이 씨가 됐습니다.
12월부터 간당간당하던 컨디션을 붙잡고
버티며 꾸역꾸역 출근해 왔던 제 몸이,
드디어 졸업식을 기점으로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사실 이상했어요. 졸업식 아침부터요.
이상하게 머리가 띵-하고 속도 좋지 않고요.
설마 하며, 출근하자마자 늘 먹는
두통약 털어 넣고,
제발 졸업식은 즐겁게 마치자, 제발 아프지 말자,
주문을 걸었더랬죠.
- 지금 바쁘신가요.
하며 불러낸 제이와 담소도 나누고,
졸업식 장에서 꽃다발 주기,
사진 찍기, 노래 부르기 등 갖가지 일을 마치고 나니,
긴장 탁, 풀어지며
아파옵니다.
늘 그렇듯, 무리하면 찾아오는 편두통 말이죠.
예정된 워크숍도 불참하고
병조퇴 달아 병원에 가서 기다리는데
제 몸이 어찌 버텼나 싶어요.
찾아간 병원은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서 간 것은 아니었어요.
며칠 전부터 오른쪽 팔뚝에 원인 모를 붉은 두드러기가
올라와서 신경 쓰이던 참에,
졸업식 끝나자마자 방문한 거였어요.
그런데, 웬걸.
피부의 통증보다 두통이 미치겠더란 말이죠.
약도 듣지 않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미칠 것 같더라고요.
머리가 아프니 눈을 뜰 수 없고
눈을 뜰 수 없으니 자꾸 자게 되고...
그래서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거의 20시간 넘게를 누워있었습니다.
중간중간 연락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사실상 입원 환자 수준으로 살았어요.
그렇게 2일을 꼬박 쉬니
이제야 좀 살아납니다.
아이들에게 받은 환대가 보이고,
졸업식의 장면이 조금 더 또렷하게 그려집니다.
예뻐했던 3반 아이들이 뿌려준 마이쮸 꽃가루.
누구보다 섬세한 친구가 내게 준 양지 다이어리.
그리고 제이가 준 노란 꽃다발.
"선생님~~" 하며 다가온 아이들의 그렁그렁 거리는 눈망울.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집니다.
3학년 아이들에게 전부 편지를 써 줄까, 하다가
과한 것 같아 106명 중 7명을 고르고 골라 손 편지를
썼었는데요. 사실 그거 쓸 때도 몸이 좋지가 않아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이렇게 몸을 갈아 넣어 마음을 표현하는 게 맞을까.
하고요. 이러다 진짜 병가 낼 것 같은데, 하고요.
그런데 편지 받고 좋아하는,
졸업식에 울먹이는,
그리고 방학 중에도 (아직 입학 전이니)
여러 번, 자주 만나자는 아이들 연락받고 나니
또다시 기운을 차리게 되네요.
정말 예뻐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중간에 힘든 구간이 있었지만
대체로 평온했던 1년이었습니다.
덕분에 연구부장으로서의 일을 잘 마칠 수 있었고,
축제 무대에서 혼자 노래를 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제이라는 학생을 만나,
멋들어진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의 원고는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탈락했지만,
제2, 제3의 원고는 언제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요.
2025년은, 정말 잊지 못할 시간으로
넘쳐납니다.
일단, 저는 생존신고를 마치고요.
이제 방학이니
천천히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입니다.
참, 저, 이번 방학 때에는
진짜 아~~~~ 무 것도 안 하고
일단 쉬고, 놀고, 먹고, 자고, 넷플릭스 보고, 웹소설 읽고,
웹툰 볼 겁니다!!!!!!
이제 방학 시작이거든요!!!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