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탕 일기 (2)

아무것도 안 하는 거… 그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by 안녕



분 단위로 촘촘히 일을 채우며 살던 하루가

갑자기 텅, 비어 버렸다.


예상하던 일임에도

순간순간

문득,

이래도 되나 싶다.


아직 다 쓰지 못한 예산과

보고서와

정산서가 머릿속을 어지럽혀

마음 한편이 묵직해질 때 즈음이면


“방학 중엔 학교란 단어조차 생각 말고

그저 쉬세요. “ 라던 이의 말이

답답함을 몰아내어 주고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준다.


애써 살아온 그 끝이다.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한 해의

마무리를 평소 보다 조금 비워내고

시작한다 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실은

뭐라 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쓰던 메모장에

1번부터 주르륵, 오늘 할 일을

적어 내려가는 내 모습이

웃기다.


쉬는 것도 쉬어본 사람이.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집에 있으면

자꾸만 노트북을 열어 버릴 것 같아

아이 손 잡고 도서관으로

도망치듯 와 버렸다.


아이는 곁에서 10권의 책을 쌓아놓고

정신없이 읽어 내려가고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창문 너머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본다.


하염없이.


해야 하는 일 속에서 나를 건지고

잠시만

비워 내 본다.


바람에 하나씩

한 번씩

하루씩.


바닥을 디뎌야 다시 올라갈 수 있듯이

비워야 채울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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