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거… 그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분 단위로 촘촘히 일을 채우며 살던 하루가
갑자기 텅, 비어 버렸다.
예상하던 일임에도
순간순간
문득,
이래도 되나 싶다.
아직 다 쓰지 못한 예산과
보고서와
정산서가 머릿속을 어지럽혀
마음 한편이 묵직해질 때 즈음이면
“방학 중엔 학교란 단어조차 생각 말고
그저 쉬세요. “ 라던 이의 말이
답답함을 몰아내어 주고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준다.
애써 살아온 그 끝이다.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한 해의
마무리를 평소 보다 조금 비워내고
시작한다 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실은
뭐라 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쓰던 메모장에
1번부터 주르륵, 오늘 할 일을
적어 내려가는 내 모습이
웃기다.
쉬는 것도 쉬어본 사람이.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집에 있으면
자꾸만 노트북을 열어 버릴 것 같아
아이 손 잡고 도서관으로
도망치듯 와 버렸다.
아이는 곁에서 10권의 책을 쌓아놓고
정신없이 읽어 내려가고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창문 너머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본다.
하염없이.
해야 하는 일 속에서 나를 건지고
잠시만
비워 내 본다.
바람에 하나씩
한 번씩
하루씩.
바닥을 디뎌야 다시 올라갈 수 있듯이
비워야 채울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