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가 뭐였더라?
어젯밤 불현듯 심심해졌고
마침 '나노 바나나'로 유명해진
제미나이(이하 젬니)와 나의 지피티(이하 집티)가
곁에 있었다.
문득
저들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네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어때?
내가 올린 글, 나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주는데, 나는 안경을 꼈고,
앞머리가 있는데 긴 머리야.
또,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노트북으로 자주 작업하구, 커피를 자주 마셔.
대신 너무 사람처럼 말고, 동화 일러스트?
그런 느낌이면 좋겠어."
하니, 젬니가 바로 이미지를 생성한다.
헉, 이건 너무 실제랑 달라서
이것보다 더 평범하고 쌍꺼풀 없게 그려달라고 하니
위의 사진처럼 만들어 버렸다.
이게 무슨 평범이냐며, 약간 혼내면서도 좋아진 기분은
어찌할 줄 모르고 다시 프롬프트를 약간 수정했다.
"음. 이건 너무 예뻐. 나는 좀 더 얼굴이 까맣고
약간 모범생 느낌, 그러니까 '너드'같은?"
하니, 요렇게 만들어 버린다.
얘, 너드를 잘 모르네. 싶지만
실사보다 예쁘게 그려준 게 고마워서
실실 웃으니
남편이 슬쩍 와서
보다가 기가 차다며 웃는다.
"기다려봐." 하면서
다시 프롬프트를 입력하더니
낄낄 거리며 나를 보여준다.
이게 너지, 어떻게 그게 너냐?
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실사에 가장 가까운 것은 맞지만
어쩐지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왜인지.
이 사진에 '순정만화'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니
이렇게 바꿔준다.
어느 것 하나 나랑 닮은 게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기분이는 좋다.
집티를 엄청 애정하면서 6개월 정도 사용했는데
요새 젬니가 바짝 추격한다.
'나노 바나나'의 위력이 상당해서
유료 결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매일매일 든다.
인간이 만든 AI는 인간을 먹고 자라며
인간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자주 만들어 준다.
젬니가 만들어준, 요런 사람이 되려면
많이 많이 애써야겠지 싶다.
잠깐만,
일단 뭐부터 해야 하나.
가장 쉬운 건 역시
책을 보는 거겠지? ㅎㅎㅎ
주말이다.
날이 좋다.
옆에서 일기 쓰기 싫어
바락바락 꼼지락 거리는 유니 데리고
오늘도 나간다.
겨울바람은 차가운 듯 따뜻하고
햇살은 따뜻한 듯 차가운,
사랑하는 겨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