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뭐 엄청 꼼꼼한 성격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심했지 싶다.
벌써 3번이다!
내가 사는 곳의 음식물 처리는 보통 티머니, 캐시비 카드가 있어야만 버릴 수 있다. 그래서 꼭 10,000원, 못해도 5,000원씩 충전을 해놓고 가지고 다니는데...
벌써 3번째 그 '티머니' 카드를 잃어버렸다. 분명 어디에 흘린 것 같은데, 그게 밖은 아니고 집 안 같은데 도저히 보이지가 않는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세 번째쯤 되니 나 자신이 싫어진다.
당장 오늘 버릴 음식물 쓰레기가 한가득인데 음식물 처리 카드가 없어서 버리지 못하는 꼴이라니. 우습다.
유니에게 매일 같이 하는 말이 뭔가.
"정리해! 정리해야 물건을 찾지."
"엄마가 아무 데나 두지 말라고 했잖아."
"어이구. 여기 있잖아?"
고작 아홉 살짜리에게는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면서 정작 나 자신의 실수는 늘 이렇게 너그러이 넘어가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게 진심으로 부끄럽다.
하루아침에 생긴 습관은 아니다. 딴에는 어린 시절 정리 잘하는 가족 밑에서 엄청난 노력을 통해 갈고닦은 어지럽힘이다. 엄마는 ISFJ, 언니는 확신의 ISTJ, 그리고 아빠는 아마도 ENFP로 추정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고 깔끔하고 정리 잘하는 가족 밑에서 늘 "네 방은 왜 그 모양이냐."는 소리를 30년 넘게 들으며 차곡차곡 갈고닦은 실력이다.
"다, 나름의 규칙이 있어! 건들지 마!"
하며 짜증 내던 청소년기를 보냈다. 다 커서도 다를 바 없었다. 늘 내방은 전쟁통. 내 책상은 각종 문제집과 책과 지우개 가루로 넘쳐났다. 신기한 건 정말 나름의 규칙이 있어 쓸만했다는 것.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사정이 달라졌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 살림은 열 배 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30년 간 살아온 버릇이 쉽게 고쳐질 리가 있나. 약속한 장소에 두면 깔끔한 일을 나는 그게 안 되어서 (왜 안되는지 나도 그게 참 의문이다.) 늘 찾고 헤맨다.
"혹시 연필 못 봤어?"
"혹시, 테이프 못 봤어?"
"지우개 못 봤어?"
하며 찾는 물건이 하나같이 너무 다 사소해서 찾다 지치면 그냥 사버리는 통에 어느덧 우리 집 서랍에는 쓰지 않은 지우개, 테이프(그것도 리필까지 수북하게), 연필이 한가득이다.
유니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안 좋은 습관인데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니, 결국 유니도 이렇게 될 것 같아 미안하고 두렵다.
평소라면 하나 더 사자, 생각하고 말았을 일인데 오늘은 유난히 짜증이 난다. 다 큰 어른의 이 어리바리함도, 정리 하나 못해서 매일 스트레스받는 일상을 사는 것도.
어지르고 마음이 편하진 않다. 솔직히 말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쌓여 있는 책 중에 버릴 것은 없고, 옷 역시도 버리고 버리고 남긴, 정말 내가 꼭 입는 옷들이다.
완벽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작을 못하는 것도 있지만, 규칙을 정해 정리하는 게 내게는 너무 어렵다. 그러니까 그 '규칙'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번은 청소연구소 같은 곳에서 청소와 정리정돈 서비스를 받을까 생각도 했다. 와서 한차례 정리해 주면 각성하고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는 중이긴 하다.
이런 내 성격이 너무 싫어서 제미나이랑 지피티에 물어본 적도 있다.
"맨날 물건을 잃어버리고, 정리 정돈 너무 못해서 스트레스받아... 어떻게 하지?"
그들은 너무 친절하게 "괜찮아~"라며 말해주었지만, 영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기계가 해주는 바른말 따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불편해 죽겠는데.
놀고 있는 유니 옆으로 가서 파격제안을 했다.
"유니야. 엄마 음 씨 카드 찾아주면 사례금 5,000원!"
닌텐도 스위치를 하며 정신이 팔려있던 유니는 "진짜?" 하며 반색했다.
"그럼, 엄마 진짜 심각해..."
하며 돌아서는데, 웬걸.
원래 카드 두던 곳에, 까만색의 네모난 플라스틱 재질의 무언가가 툭,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인다.
설마 하고 보니 음쓰 카드다.
찾았다.
찾았는데....
찾아서 기쁜데
기쁘지가 않다.....
적당히 좀 정리하고 살자. 제발.
* 유니는 제가 용돈을 못 받았다며 속상해한다. 유니야, 자칫하면 우리집 음쓰로 가득할뻔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