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리스트

나의 하루는 너로 가득 차

by 안녕


아직 새까만 밤이 밀려나기 전,

잠에서 덜 깬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출근 준비하기


조금 일찍 도착한 통근 버스의

차가운 가죽 시트에 앉아,

잠시 눈 붙이기


가로등의 불빛이 별빛처럼 보이는 짙은 어둠 속에서

은은한 아이패드 불빛 하나에 의지해

오늘의 글감을 적어 내려가기


일찍 도착한 사무실,

아무도 없는 고요를 1분 남짓 즐기다

모니터에 불빛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쌓아가는 종이컵 속 말라붙은 믹스커피의 끈적함처럼

눈꺼풀에 진득하게 매달린 졸음을 좇으며,

퇴근을 상상하기


한창 집으로 가는 길, 우연히 확인한 100개 넘게 쌓이는 카톡은,

잠시 쳐다보지 않기


두 시간 걸려 도착한 집 앞 마트에서

오늘 함께 먹고 싶은, 먹이고 싶은 것들,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담아보기


딩동- 딩동-

차임벨 소리 뒤에 달려오는 너를 보며

지금까지 스쳐 온 오늘 하루를 모두 '과거'로 만들어 버리기


"엄마!" 하며 안기는 너를

있는 힘껏 안아주며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속삭이기


날 보며 웃는 너와의 모든 순간을

훌쩍 커버려 어린이가 되어버린 너를,

너와의 모든 '지금'을

오롯이 즐기기


진짜, 하루를 시작하기



photo : Unsplash

by C.Valdez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에 이불 덮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