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오늘은 행복한 거야
내가 옛날이야기 하나 들려줄게 엄마
옛날 옛날에
똥꼬가 살았대.
똥꼬는 하루 종일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랬대
그러다가
똥꼬는 친구를 만났대
그 친구는 발꼬락이었대
발꼬락도 하루 종일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느라
바빴대
그게 무슨 소리야~
크크크큭 재밌지?
얼른 자! 이녀석아 벌써 12시 다 됐어
근데 웃긴다 크크큭
어젯밤의 일이다. 흘러가는 일요일을 잡고 싶은 밤 11시. 주말 내내 아팠던 딸내미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미리 깔아 둔 요와 이불은 푹신하고 따뜻했고, 자기 싫지만 졸린 녀석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최대한 늦게, 늦게 자려고 안간힘을 썼다. 밤새 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내일은 월요일이고 나는 출근하고, 녀석은 어린이집엘 간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삶은 매 순간 마냥 자유롭지 못하다.
<멍멍개야 뭐하니?>라는 책을 끝까지 두 번이나 읽은 후, 이제는 자야 한다며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약간 찡얼대더니 이내 팽그르르 내게 폭 안긴다.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내 품에 안길까, 이런 밤이 몇 번이나 남았을까 싶어 머리를 쓰다듬다 갑자기 말을 꺼냈다.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뭔데?
엄마가 매일 설거지하고, 밥 하고 그러느라 바빠서 많이 놀아주지 못해 미안해
......
엄마가 일 할 때마다 핑크퐁 많이 틀어줘서 미안해
......
그래도 네가 엄마를 잘 기다려줘서 너무 고마워
......
혹시 울어?
... 속상해..
왜?
엄마랑 같이 놀고 싶은데, 못 놀아서 속상해...
순간 울컥했다. 놀고 싶다고 하는 아이를 두고 설거지를 하는 마음이야 편하지 않았지만 녀석의 아주 깊은 마음속에 '속상함'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너무 바쁜 일상 속에서 정작 가장 작고,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한참 동안 끌어안고 토닥이는데 갑자기 녀석이 묻는다. 엄마는 언제가 행복이냐고.
네가 기저귀 갈지 않으려고 빨개 벗고 도망 다니는 걸 잡으러 다니는 것도 행복이고
네가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 들려주는 것도 너무나 즐거워
목욕하다가 거품 만들어서 팡팡 장난치는 것도 좋고 다 좋아
하니, 녀석이 어둠 속에서 웃고 있는 것만 같다. 다행이다. 살짝 울적해진 마음이 흩어진 것 같아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녀석이 말을 시작한다. 엄마, 엄마,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 라며.
주인공은 똥꼬와 발꼬락. 매일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똥꼬와 발꼬락 이야기인데 잠결에 들어도 너무나 웃겼다. 이야기를 하는 녀석도 웃고, 듣는 나도 웃고, 한참을 그렇게 배꼽을 잡고 웃다가 우리 둘은 그만 잠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오늘만큼 행복해졌다.
photo : Unsplash
by Derek Thom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