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립니다.
쉬는 시간에 잠시 복도에 서 있는데 솨아아아아- 하고 비가 내립니다.
아침 출근길에 톡톡 토토독 떨어지던 빗줄기에 흠칫 놀라 썼던 우산이 채 마르기도 전에
한바탕 제대로 된 비가 퍼붓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 오는 것을 싫어하지마는
저는 비 오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집니다.
빗물이 튀어 옷이 더러워지는 것이 좋진 않지만
겨우 잡아탄 버스 안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쩍쩍 달라붙는 살결이 사실은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오는 날이 좋은 것을 보면
저도 참, 특이한 사람인 것 같아요.
취향도 유전이 되느냐 하면, 그런 것도 같습니다.
아주 어릴 적인데요. 비 오는 날, 차창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보며
"아빠는 비 오는 날이 좋아"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는
'나도 그래요' 라며 중얼이다 고개를 끄덕였던 것을 보면, 아버지를 닮아 비를 좋아하는 것도 같아요.
어쨌거나 아주 오랫동안 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해 왔습니다.
비는 저를 좋아할지 모르나
저는 그를 좋아하니 일방적인 짝사랑쯤 되겠네요.
갑자기 더워진 탓에 간절히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고 엄청 설렜더랬습니다.
무거운 출근길 발걸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슬비, 보슬비도 아니고, 가랑비도 아니고 '소나기'라니요!
엄청난 빗줄기가 내리는 모습을 보자
괜스레 신이 납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빗줄기는 굵어지고
덩달아 신이 난 우리의 고객님들은 비를 맞겠다고
이리저리 쿵쿵, 돌아다닙니다.
저는 차마 맞지는 못하고(맞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방방 거리며 뛰어다니는 녀석들을 괜스레 타박합니다.
그러면 못 써. 감기 걸려.
그런데 까짓 거. 감기 걸리면 약 먹으면 되고
옷이 젖으면 말리면 되죠.
그러면 되는데요. 뭘.
아이코. 빗줄기가 그새 멈췄군요.
뭐든지 지나친 것은 좋지 않으니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빗줄기도 너무 거세거나 너무 많다면 그 또한 해가 되겠지요.
아쉽지만, 그를 보내주기로 합니다.
오늘은 이쯤 하면 충분한 것 같기도 하고요.
아참! 저는 지금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겠노라 모인 열네 살의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쓰고 있습니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리는,
처마 끝에 매달린 마지막 한 방울이 똑, 또옥- 하고 떨어지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리는,
나른한 유월의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