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미안할 뿐
지금 쿨쿨 자고 있을 딸!
무서운 꿈 꾸지 않고 좋은 꿈 잘 꾸고 있니? 지금은 새벽 5시 30분쯤? 어제 우리 같이 피자 먹고 그냥 잠들었잖아. 엄마는 5시쯤 일어났는데 뒤척이다가 이렇게 시간 보낼 바에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정리하자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 요새 아침에도 잘 일어나고 유치원도 씩씩하게 다녀오고,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하원하는데도 항상 밝게 웃어줘서 늘 고마워. 사랑하는 나의 딸. ^^
엄마 마음속에 있는 수많은 말 중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미안하다는 말이야. 너는 왜냐고 묻겠지만 엄마는 오래도록 마음에 쌓아둔 말이거든. 꼭, 먼저 하고 싶었어. 꼭.
기억나? 어제인가 그제인가 자기 전에 일어났던 일이야.
우리 잠들기 전엔 항상 엄마, 아빠, 그리고 너랑 같이 이불 장난도 치고 놀다가 잠들잖아. 엄마 아빠랑 놀다가 신이 난 네가 미니 빗자루 장난감으로 엄마의 어깨를 때렸어. 요새 우리가 자주 하는 말장난 “엄마를~ 때려!”라는 말과 함께. 네가 때린 거라 강도가 세진 않았는데 순간 엄마가 놀라기도 하면서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 거야. 그때였어. 엄마가 진짜 무섭게 정색한 게.
“이건 아니야.”라는 말과 함께 순간 정색을 하며 널 바라봤는데 네가 엄마 모습을 보고 놀라더라. 아마 그랬을 거야. 엄마가 평소에 학교에서도 정색하면 애들이 무섭다고 하거든. 그 모습을 보고 운 애들도 있었는데 너는 오죽했겠어. 게다가 동시에 아빠도 “엄마를 때리는 장난, 아니 누군가를 때리는 장난은 절대 안 돼.”라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네가 그 순간 고개를 푹, 숙이면서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
순간 아차 싶었지. 넌 여섯 살이고 아직 어리고, 세상의 모든 규칙과 예절 등을 하나씩 배워가는 나이이잖아? 그런데 엄마가 순간 엄마의 고객님(?)들과 같이 널 대했단 생각이 드는 거야. 열네 살에게 대하듯, 열여섯 살에게 대하듯 여섯 살을 대한 거지! 오 마이 갓!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이야!
펑펑 울진 못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혀 고개를 숙이는 널 보면서 어떻게든 설명해주려고 생각은 하는데 말이 안 나올 그 타이밍에 다행히 아빠가 네 감정을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잘 설명해 주더라고. “딸~ 너는 엄마랑 아빠랑 장난치는 이 상황에서 그저 장난친 거였는데, 엄마 아빠의 반응에 놀랐지? 그래도.... “ 하면서 말이야.
아빠와의 대화 끝에 눈물을 훔치고 다시 웃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다 잠든 너를 보며 그날 잠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몰라.
‘이런 사소한 상황에서도 구분을 못할 때가 있는데, 나는 얼마나 자주 이런 ‘정색’을 일삼아 왔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마자 걷잡을 수 없는 미안함이 밀려오더라고. 왜 집에서까지 선생님 티를 내느냔 말이야.
따지고 보면 그런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
엄마가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 가르치고 지도하기 힘든 아이들이 조금 많은 편이거든. 작년부터 올해까지 연 이어 만난 아이들 중에서는 아직 수업 중에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것, 수업 중에 방해하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 같은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 그러다 보니 항상 엄마는 ”하지 마. “, ”그건 잘못된 행동이야. “ ”그렇게 말하면 다른 친구가 상처를 받을 수 있어.”, “폭력은 안 돼.”, “욕, 거친 말 등은 수업 시간에 하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항상 매일매일 하거든. 거의 매일.
그래서 항상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내가 오늘 뭘 한 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져. 가끔은 일과 중에 느꼈던 감정이 해소가 되지 않은 채 퇴근을 하고 널 만나러 하원하러 가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 보니 사랑스러운 너를 만나서도 그 감정에 휩싸여 냉정하게 말하거나, 때로는 무서운 표정(?), 정색하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자주 있었던 것 같아. 잘 설명해 줘도 되고 화를 내지 않아도 되고, 짜증을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굳이
“아, 엄마 지금 바쁘다니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
“그건 아니야. 그렇게 하는 건 나쁜 행동이야. “
라는 식의 말을 자주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물론 그럴 때면 늬 아빠가 ’ 그렇게 말하지 말고 그런 표정은 짓지 말라 ‘고 꼭 이야기해 줘서 깨닫긴 했지만.
변명을 하자면
나는 네가 바른 인성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과 원활하게 관계를 맺는 아이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 기준에 맞는 행동과 맞지 않는 행동에 대한 훈육을 한다고 생각하는 건데 그 안에 굳이 학교에서 있었던 감정과 기분을 가져올 필요는 없는 거잖아.
그래서, 엄마는
미안해.
딸, 미안해. 엄마가 너를 위한다는 이유로, 너를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때로는 감정적으로, 짜증을 내며, 정색을 하며 말을 해서.
학교에서 열네 살짜리 아이들과 부대끼며 속으로 쌓아왔던 감정을, 동료 선생님과의 마찰로 불편했던 마음을 스스로 해소하지 않고 부득불 집으로 가져와서 아주 사소한 잘못을 한 너에게까지 그 감정을 드러내서.
그래서 미안해.
사랑해서, 아껴서 그랬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이건 엄마가 어쨌든 잘못한 건 맞거든.
대신에 앞으로는 그렇게 열네 살 대하듯 여섯 살인 너를 대하지 않을게.
너에게는 네가 한 행동에 대해서만, 네가 한 말에 대해서만 이야기할게.
약속할게.
알지? 엄마는 약속하면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인 걸? ^^
벌써 6시.
오늘은 날이 흐리려고 하는지 아직도 어둑어둑한 아침이네. 이제 엄마는 편지를 마치고 오늘 하루를 열기 위해 주방으로 나가야겠다.
부디 엄마의 마음이 네게 닿기를 바라.
그리고 오늘 하루도 우리 마음 평온하게 보내자.
사랑하고 아끼는 나의 소중한 S.
사랑한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너를 사랑해.
그럼 안녕.
2023.8.25.(금)
- 마음을 담아 엄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