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매일 아침 1등을 합니다.
출근이 이른 엄마 때문에 7시 45분에 집에서 나와
총총총 걸음을 옮깁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눈도 채 뜨지 못한 채
주섬주섬 옷을 입고
우비를 입고 우산을 씁니다.
세수라도 하면 양반이게요?
대부분 어떤 정신으로 유치원에 등원하는 줄도
모르게 그렇게 정신없이 갑니다.
작년부터 우리 딸은 제게 늘 말했습니다.
"1등 하기 싫어. 유치원 1등 싫어."
그럴 만도 합니다.
8시부터 등원 가능한 유치원이지만
8시에 딱, 문을 열어 놓기에
부지런히 걸어가 5분 정도라도 일찍
도착하면 우리는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거든요.
저도 학교에서 일을 하는지라
아침 당번 선생님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해하고 또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을 나가야 하는 워킹맘으로서
불도 켜지지 않은 유치원 교실에
홀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유치원 가면 친구들 많이 있잖아?"
라고 어르고 달래도
통하지 않습니다.
한 번은 유치원 1등으로 가면 뭘 하느냐, 고 물었습니다.
교실에 혼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때로는 블록도 하고요.
그 모습을 가만히 그려봅니다.
아무도 없는 교실,
고요하지만 어쩐지 쓸쓸한 그곳에서
우리 딸은 그림을 그렸다가
블록을 쌓았다가
책을 읽습니다.
그러다 문득 밖에서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누가 왔나, 내 친군가, 어디 봐야지,
하며 달려 나가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친구면 방긋 웃을 테고
동생이면 다시 교실로 들어갈 텝니다.
그 모습을 그리니 마음 한편이 아립니다.
다행히,
이번 주 금요일부터 방학입니다.
유치원 물놀이 행사를 끝마치고
하원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집에 가면
8월 13일, 개학하기 전까지는
오롯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줄 작정입니다.
8월 16일부터 다시 1등이 될,
그래서 1등이 다시 싫어질 딸아이의
마음을 잘 들어주고
그 안에 행복함을 가득 채워줄 예정입니다.
일 하는 엄마라서 미안하고
매일 일찍 잠들어서 미안하고
아침에 일어나도 노트북 두드리는 엄마라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널 엄청 사랑하는다는
어쩌면 아빠보다도 너를 더 사랑한다는
그 이야기를,
그 마음을 전해주려고 합니다.
딱 오늘까지만 쉬고요.
사진: Unsplash의Gautam Ar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