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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99% 추천 도서

이꽃님 작가와 김동식 작가의 소설들

by 안녕

독서 수업을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도서 선정‘이다. 가르치는 아이들의 읽기 수준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책 목록을 꾸려 준비하면 절반은 성공. 하지만 그 반대라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좋다는 책도 추천해 보고 블로그나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추천 도서도 참고해 보면서 나름대로 고르고 고른 두 작가의 소설을 공개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차, 학교차, 학생차이가 있으니 감안해 주시길.




사진 출처 : 알라딘, 우리학교 출판사, 요다 출판사


1. 이꽃님 작가의 소설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죽이고 싶은 아이>,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죽이고 싶은 아이>는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추천했을 때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 제목도 자극적일뿐더러 두께도 얇고 내용도 술술 읽혀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끝까지 읽었다.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는 내용인데 반전에 반전이 거듭하고 다양한 인물의 시각이 드러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 특히 이꽃님 작가를 알고 있거나 좋아하는 아이들은 엄청 좋아할 책. 2편이 나왔다고 한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여학생들이 조금 더 좋아한다. 특히 섬세한 감성을 지닌 아이들은 눈물 펑펑 흘리며 읽는다. 문학동네 청소년 소설 수상작이라 믿고 보는 것도 있고, 작가 특유의 감성이 드러나 좋다. 다만, 잔잔한 내용, 눈물 나오는 감동적인 내용을 오글거리다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비추.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로맨스 소설이다. 독서 수업하면서 애들 책 읽는 동안 심심해서 읽었는데 단숨에 읽어 내렸다. (이작가의 소설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힘들다.) 청소년 시기의 연애, 사랑, 이별에 대한 이야기. 역시나 몰입력 굿. 지금 연애 중인 아이들은 더 집중해서 읽는다. 두께 얇고, 서사도 괜찮은 편이라 추천. 다만 표지가 약간 여성스러운(?) 느낌이라 남학생들이 별로 좋아하진 않더라.




2. 김동식 작가의 소설들 <인생박물관>, <회색인간>

사실 이 작가는 학기 초에 중1 전체에게 책을 나누어주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도서 선정 및 작가 섭외를 하던 중 다른 학교 사서 선생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작가. 알고 보니 꽤 유명한 분인 데다가 그의 소설이 학생들에게 무척 인기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쓰면서 ‘작법’을 배웠다는 그의 소설은 소위 말해 초단편으로 아주아주 짧은 분량 안에 (보통 3~4페이지) 기승전결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 포인트.


<회색인간>은 조금 더 게임스러운 스토리, 구성, 결말이라고들 한다. 약간 잔인하고 어둡다고들 한다. 취향이 맞지 않는 아이들은 읽다가 멈춘다는 단점. 하지만 요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또 순식간에 마지막장을 덮는다. 나는 참고로 아직 읽지 못했다.


<인생박물관>은 강력 추천이다.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빠르게 읽을 수 있고 ‘인간을 탐구하는, 인간을 사랑하는’ 작가의 시선이 여실히 드러나 읽기 좋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식상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으나 요새 중학생들에게는 아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하다. 1학기 내내 읽혀 본 결과 일단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놓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남학생 여학생 모두 합격. 완전 추천.


굳이 따지자면 김동식 작가의 소설은 남학생들이 더 선호하는 듯하다. <13일의 김남우> 등 여러 소설집이 있으므로 적절히 추천하면 좋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 번은 추천하는 작가들

최근에 보는 아이들마다 추천하는 소설은 <아몬드>. 출간 초에는 지나친 광고(?)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 역시 독서 수업하다가 읽어보니 너무나 감동적. 작가의 필력은 말할 것도 없고. 책 좀 읽는 아이들, 쉬운 책보다는 생각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슬쩍 추천해 주면 좋아한다.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읽고 오는 것 같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은 주기적으로 추천한다. <조커와 나>,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등의 소설은 꾸준히 추천한다. 10년 전 아이들은 좋아했으나 요새 애들은 그렇게 흥미를 느끼진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난 <조커와 나>의 단편을 꼭 수업 시간에 활용한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다룬 <내게도 날개가 있었다>가 생각할 거리가 많아 무척 좋다.


개인적인 취향은 김애란 작가다. <바깥은 여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달려라 아비> 등 읽지 않은 책이 없다. 7년 전엔가 애들에게 <침이 고인다>에 수록된 <칼자국>이라는 소설을 읽어줬더니 묘사가 너무 오글거리며 잘난 척(?)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 묘사가 좋은데 아이들에겐 조금 와닿지 않나 보다. 이 책은 소설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몰래몰래 추천해 준다.




4. 아쉽지만 아직은 선택받지 못한

의외로 손을 뻗지 않는 책들도 있다. 사실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애들에게 슬쩍슬쩍 권해주는데 아이들은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더라. 브런치 원작 에세이나 유명인의 에세이를 구입해서 보여주면 몇 장 읽다가 내려놓는다. 보통 중학생들이 제일 선호하는 장르는 역시 ‘소설’인 듯. 에세이 작가를 꿈꾸는 내게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취향 타는 장르는 판타지. <달러구트 꿈백화점>을 나는 무척 재밌게 읽었으나. 판타지 세계관을 이해 못 하는 아이들은 아예 책장을 넘기질 못한다. 그래서 판타지류는 추천할 때 조심스럽다.


개인적으로 꼭 나왔으면 하는 소설은 축구, 농구, 야구와 같이 스포츠와 관련된 재밌는 소설 혹은 에세이다. 주로 남학생들은 축구선수 일대기와 같은 책들을 좋아하는데 (덕분에 손흥민, 즐라탄과 같은 선수가 쓴 책을 알게 됐다.) 아직 공급량이 많지 않다.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책을 고르라고 할 때 운동 좋아하는 남자아이 들어 구미를 당기는 그런 책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독서 수업할 때, 교사가 책을 다 읽어볼 필요가 없다고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내가 읽어본 책을 추천하는 게 좋다. 그래야 아이들을 꼬실 수 있다. 내 취향이 많이 들어가는 게 단점 이긴 하지만. 읽어본 책을 추천할 때의 자신감은 다른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다.


2학기에도 간단한 독서 수업 및 수행평가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때는 도서 목록을 업데이트해 볼 예정이다. 책에도 유행이 있어서 그 유행을 따라가면서도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 요새 책 한 권 끝까지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난 아이들은 적어도 국어 시간만큼은 그 어렵다는 한 권의 책을 다 읽는 독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늘 욕심을 낸다.






자, 이제 도서 목록이 구비되었다. 목록만 완성해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바로 ‘학습지’다. 과연 독서 수업 시 ‘학습지’가 반드시 필요할까?

다음 회차에서 십여 년 동안 주기만 하면 바로 실내화 자국이 쾅쾅 찍히는 ‘학습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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