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다. 흰 눈이 내리며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버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 적당한 추위에 따뜻한 햇살이 어우러진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분명 23일까지 야심 찬 계획이 있었다. 24일에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미리 주문한 케이를 먹으며 쉬는 것. 그리고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었다. (나는 내년에 또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24일. 행사가 너무 바쁘고 힘들었다. 1~6교시까지 종일 서 있으니 다리가 남아나질 못했다. 차분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급하게 튀어나와 계획한 모든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퉁퉁 부은 다리가 너무 아팠다. 고질병이고 직업병이라 그러려니 두기에도 심한 정도였다. 저녁 준비를 하려고 서 있는데 다리가 무너지는 기분(?)에 주저앉고 싶을 정도였으니.
주문한 케이크는 너무 맛있었고 (동네 베이커리에서 2주 전에 주문한 딸기 시폰케이크! 진짜 안 달고 너무너무 맛있었다.), 남편이 코스트코에서 사 온 LA 갈비는 달큼하고 짭짤해 적절했으며, 아이와 함께 산타 할아버지께 소원을 비는 것까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그러나- 나의 다리는 퉁퉁 부어 걸을 수가 없었으며, 아이를 재우러 함께 들어가 눈을 감는 순간.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잠이 들어 버렸다. 오붓하게 연말 분위기를 내려고 했던 남편은 홀로 1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그리고 까무룩 잠이 들어 진짜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새벽 6시부터 선물을 찾던 아이는 평소 그렇게도 간절한 선물을 받아 아침부터 신이 나 있다. 나는, 어제 남긴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충전이 필요한 나는, 아이가 노는 곁에서 그만 또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생각했던 크리스마스 연휴는 이게 아니었는데 왠지 모르게 잠으로 시작해서 잠으로 끝나는 느낌이다. 한참을 그렇게 잠에 취해 헤롱헤롱 거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하루를 기록한다. (사실 지금 이 글도 무슨 정신으로 쓰고 있는지는 모르나, 나는 글을 쓰면 잠도 깨고 스트레스도 풀리므로 일단 그렇게 하고 있다.)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는 하루지만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사실 이번 해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이루고,
받았음에 감사하며,
남은 2024년도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기록을 마친다.
메리 크리스마스.
추신: 어제 받은 포춘쿠키를 깨어 보니 그 안에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문구가 나왔다.
- 집 안에서의 평화와 밖에서의 성공이 함께 당신을 찾아오니 안팎으로 즐겁습니다. 그동안 당신이 들였던 노력에 대한 대가라고 하겠습니다.
추신 2: 2024년, 정말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게 축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