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엔 완전 젬병이라 몇 년 묵은지도 모르겠다. 벼르고 벼르다가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분해를 시작해 보니 웬걸. 너무나 더럽다. 진득진득 붙어 굳어버린 기름때가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다.
집안일을 잘 못하기도 하거니와, 관심도 없어서 기본적인 것만 하고 살았다. 지저분하거나 더러운 것을 보면 '다음에 치워야지'하는 마음으로 미루고 미루던 습관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것 같다.
부랴부랴 검색해 보니 베이킹 소다, 과탄산 소다, 그리고 식초 같은 것이 있으면 된다고 한다. 겨우 구색을 맞춰 닦아 내는데 쉽지 않다. 몇 년 동안 쌓인 기름때가 쉬이 지워질 리 없다. 한참을 애만 쓰다가 결국, 얼추 심한 부분만 씻어내고 마무리해버렸다.
회피형 인간이다. 좋아하는 분야는 열정을 다해서 추진하지만, 관심이 없거나 피하고 싶은 분야는 미루고 미루는 편이다.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 늘 어려움을 느낀다. 어느 순간 불편함을 느끼면 부딪혀 해결하기보다는 미루고 피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왔다.
오래도록 쌓이고 쌓인 감정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내가 아픈 것만큼 상대도 아프다. 그 당연한 이야기를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쉽게 적용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어렵다.
인생사 모든 갈등을 베이킹 소다에 식초 뿌려 물에 불린 후 흘려보내는 것처럼 해결할 수 있으면야 얼마나 좋을까마는 인간이란 원체 복잡 다난한 존재여서, 거기에 나는 예민함을 120% 정도는 더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개복치 같은 사람이라서 참, 쉽지 않다. 힘들다.
어쨌거나 시간은 흐를 것이고 지금 이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들 것이다.
여러 가지 과정에서 아프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회피했던 것을 이제야 부딪히며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믿자.
그렇게, 믿자.
눈이 온다.
날은 춥다.
마음도 어쩐지 스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