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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양 Nov 17. 2019

지금의 한 잔에 온마음을 다하기

사람도, 차도, 찻잔도 영원한 것은 없다

간혹 차가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차뿐만 아니라 차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그렇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어떤 사물이든, 어떤 식물이든, 그 어떤 것이든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그렇게 생각이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차도, 그리고 차도구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찻잔 하나가 깨졌다. 철저하게 나의 부주의 탓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하동에서 직접 사 온 황차를 맛있게 우려 담아 주고는 가버렸다. 심지어 그 날따라 어찌나 그 차가 맛있던지 재탕에 삼탕까지 했었는데도 너무 맛있어서 마시는 내내 참 행복했었다. 그때 함께 한 찻잔이었다. 황차를 마시고는 찻잔 두 개를 부엌으로 가지고 와서 씻어 양 손에 하나씩 들고는 숙우를 들 손이 없어 오른손을 왼손으로 가져가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리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깨져버렸다. 그렇게 차를 담아 내게 전달해 주던 연한 비취색의 잔은 이제는 더 이상 차를 담지 못하게 되었다.


참 깔끔하게도 깨졌다. 여러 개의 파편이 아닌 딱 세 개의 조각으로 깨진 원래는 하나였던 그 아이를 한참을 바라봤다. 아쉬운 맘에 계속 바라보았다. 그렇게 비싸게 값을 지불하고 산 잔도 아니었고, 누구에게 선물을 받은 잔도 아니었지만, 그 잔을 보고 뭔가 자꾸 끌려 주문을 해서 사 온 잔이었다. 심지어는 두 개를 사 가지고 와서 하나가 더 남아있는 잔이었다. 그리고 나와 만난 지는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잔이었다. 하지만 다른 잔보다는 나와 함께 한 시간이 꽤 오래된 잔이기도 했다.


사물엔 생명이 없다지만, 처음과 끝은 있다. 찻잔이든 찻주전자든 그 무엇이든 처음 만나고 헤어지는 때가 있다. 


지금 마시는 이 차도 내년이 되면 또 햇차가 나올 것 같지만, 변화무쌍한 날씨에 어떻게 맛이 변할지 모른다. 계속 팔릴 것 같은 이 찻잔도 언제 어떤 이유에서든 판매 중단할지 모른다. 그리고 계속 만날 수 있다 할지라도 조금씩은 변해있을 것이다. 어쨌든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것으로 이어나갈 뿐이지. 이것 또한 사람과 같지 않다 싶다.


그래서 차를 마실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이 순간 온 마음을 다해 차를 즐겨야지. 이 차가 주는 맛과 향을, 이 차를 담아주는 찻잔의 촉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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