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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양 Nov 17. 2019

마지막으로 차를 우리는 것처럼

차를 우리는 나의 마음이 아주머니의 마음과 같길

솔직히 내가 첫 스리랑카에서 마셨던 차들이 등급이 높다거나 굉장히 좋은 차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은 더스트(정말 먼지처럼 날릴 정도로 찻잎이 가루가 되어진 형태)를 마시는 경우도 있고, 우유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우유가 아닌 가루우유를 물에 타서 만들어 마시는 것이라 맛이 썩 좋지는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내가 그 곳에서의 차를 잊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사람들 때문이다. 차를 내어주는 사람들의 모습 말이다. 모든 스리랑카 사람들이 좋으리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따뜻했다. 동생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현지 언어를 구사하고, 이미 그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동생 덕분에 만난 사람들이라 내게 더 따뜻했을지도... 


일주일의 스리랑카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에도 주인집 아주머니는 내게 홍차 한 잔을 권하셨다. 이 홍차를 또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싶어, 한 모금 한 모금을 정말 천천히, 그리고 그 한 모금을 나누어 마셨던 것 같다. 아주머니 차가 정말 맛있다고 했더니, 내 손에 차를 한 봉지 쥐어주셨다. 학교 옆에서 차와 간단한 요깃거리와 아침식사를 판매하시는 아주머니가 평소에 우리시는 차였다. 어떻게 보면 다른 차에 비해 볼품없는 모양새의 패키지였는데도 그 차가 내겐 너무 소중해 아직 뜯지도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차를 볼 때마다 아주머니께서 주신 마지막 홍차 한 잔이 생각나기 때문에 감히 뜯어 마시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를 하면서 아주머니가 종종 생각이 난다. 차도 차지만 아무리 차를 내어준다 하더라도, 거기에 나의 마음이 없다면 속이 빈 차통만을 주는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어떤 차를 우리던 정말 이 차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렇게 우리는 차가 이 사람과의 마지막 차 한 잔이라는 생각으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차를 우리고 싶다. 마지막 날 아주머니께서 우려주신 그 차 한 잔처럼, 홍차 파시는 데 쓰는 거니 안가져가겠다고 손사래를 하며 뒷걸을을 치던 나의 손에 꼭 쥐어주신 그 차 한 봉지 처럼! 물은 온도만이 아닌 마음의 온도도 따뜻하게 담긴 차를 내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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