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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준비합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 살려는 준비

by 한잔의 호사

이혼할 결심을 굳게 하고 맞는 첫 일요일.

남편이 문을 굳게 닫고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것이 생각보다 신경 쓰이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억울하고 아니꼽고 꼴 보기 싫은 느낌이었지만 오늘은 좀 더 담담했다. 문득 그렇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연습, 지금부터 한다고 생각하자 ‘


이전에 이혼하자 한번 권하긴 했지만, 이번의 결심이

더 마음 아팠던 이유는 정말로 이혼을 할 것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마치 한창 연애하던 20대 시절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툭하면 눈물을 흘렸던 그때, 그때의 감정이 오버랩되기도 했고, 마냥 밝게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을 보니 저 아이들에게 내가 상처를 주는구나 싶어 그 죄책감에 더 슬픔이 겹겹이 몰려오기도 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집안일을 하다 지쳐버린 나는 둘째 아이의 낮잠 핑계로 같이 침대에 누웠다. 놀이터에 가고 싶다던 첫째의 요청을 들어줄 힘이 없었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을 용기, 밖에 나가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웃어줄 용기, 그네를 타며 까르르 웃을 아이들을 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아서 엄마가 하루 종일 쉼 없이 집안일을 해 너무 피곤하단 이야기만 핑계처럼 늘어놓았다.


그렇게 아이 둘과 함께 여느 때처럼 잠이 들었고, 내가 먼저 깨 침대를 벗어나려는데…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간절히 했다.


이혼을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구나

이혼을 맞닦뜨리는 게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구나

싶은 게… 순간 나도 남편처럼 회피하고만 싶어 진 거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 하염없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만 이 고요한 집안에서 살아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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