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요즘 계속하고 있는 생각…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수많은 문제들에 부딪혀 이제 더 이상 같이 못살겠다고 이혼은 결심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과연 남편만의 문제였을까.
나도 이 관계에 함께 하는 사람이니 나에게도 문제가 있지는 않았을까.
우리 남편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초기 우울증도 아닌 우울증 중기라고 진단을 받았다.
부부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우울증은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며 지나온 세월이 겹겹이 쌓여 더 큰 우울증으로 변모한 것이었다.
어릴 적 본인의 감정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로 자라왔으나 경제적으로는 넉넉했다.
원하는 바가 뚜렷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고 경제적 지원을 아낌없이 해 주신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도 한몫했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되고 여겨져 왔는지 그동안 쌓인 죄책감은 그의 자존감도 갉아먹었고, 쓸데없는 완벽주의 성향이 생기며 강박증까지 껴안고 있었다.
그런 남편이 난 늘 안쓰러웠다. 겉으론 괜찮은 척, 별 상관없는 척을 하니 더 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안고 있던 남편의 버블들이 하나하나 모이다 보니 아이가 둘이 된 시점에 펑 터지고 말았다.
죽고 싶다고 했다.
늘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아이들에게 화와 짜증을 심하게 내며 폭발하기 일쑤였다.
이 결혼을 왜 해서, 아이들을 왜 낳아서 이렇게 되었는지 후회만 했다.
처음엔 무서웠다. 정말 남편이 죽기라도 할까 봐.
죽고 싶다고 이야기한 다음날, 난 울면서 시누이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무덤덤하고 별일 아니라고 치부하던 시누이를 보며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더 힘들었겠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남편이 좋아하던 운동을 더 하라고 장려하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선택했던 것은 부부상담이었다.
본인 혼자 상담을 다니라고 이야기했지만, 서너 번을 넘기지 못하고 더 이상 가지 않았다. 그래서 같이라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1년을 넘게 세 군데의 상담소를 거쳐왔다.
그러던 중 나는 너무 지쳐갔다. 피폐해져 갔다. 때론 화나나고 분노하기도 했다.
난 그저 우리 가족 모두 하하호호하면서 즐겁게 살길 바랄 뿐이었는데, 그게 늘 되지 않았다.
가족들이 다 같이 외출하는 날이면 즐겁게 나가 즐겁게 돌아온 적이 별로 없었고, 가족들과 함께 외출하는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남편을 보며 마음이 힘들었다.
아빠를 유독 따르는 첫째를 보며 더 가슴이 아팠다. 갓난아기 때부터 우는 소리가 크다며 멀리한 둘째를 보면서도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서 한동안 미혼모처럼 살았다. 우린 늘 3인 체제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종종 남편이 집안일도 같이 하고,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들과 놀아주며 책을 읽어주긴 했지만, 마음속 깊이 난 마음먹었다.
’나 혼자 키운다고 생각하자 ‘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 마음마저 이 사람에게 기대면 무너져 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함께 했지만, 혼자 사는 결혼생활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