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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짐을 짊어지겠던 나의 마음에 내가 잡아먹힌 날

몰려오던 파도를 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by 한잔의 호사

그렇게 혼자 하겠다 마음을 먹었다. 우리는 3인 체제라며 나 그리고 두 아이들을 묶어서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내가 소위 말해 육아 체질은 아니어도, 한 체력 하는 사람이어서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게 그리 힘들진 않았다.

원래 아이를 그렇게 예뻐하는 사람은 아니어도, 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소중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아이들은 날마다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면, 이만한 황금기가 있을까 싶었다.

나만을 바라보며 나에게 사랑한다고 하트를 날리는 아이들과 함께 여기저기 다니면, 아무 걱정 없이 이렇게 놀러 다니기만 해도 되는 이 시기가 너무 행복하다 느껴져 눈물이 찔끔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어서 손은 많이 갔고, 나의 불안감을 건드리며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는 날이면 나도 내가 아닌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나도 안다. 그것도 나였음을.. 그래서 그런 날이면 미안함과 죄책감을 휩싸여 더 작아지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무나 창피하고 감추고 싶은 나의 날것의 모습들…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가던 날이었다. 남편의 모습도 여전했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나에게 참고 참으라고 했다. 내가 한 선택이니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했다.

심지어 1년 동안 다니던 심리상담사는 나에게 5년 정도 그렇게 견뎌보라고 했다.

‘5년이요?’ 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나에게 3년 만이라고 한참은 줄여 말해주는 듯 제안했다. 난 바보같이 선뜻 수락했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미혼모 같았던 나의 생활, 앞으로 3년만 견뎌보자. 그러면 그땐 나아지겠지‘


그런데 하루하루 참고 참으며 살던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만 내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보장만 해준다면, 그리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불구덩이에도 들어갈 수 있어!’

모든 것을 다 되돌려 놓고 싶었다. 현재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싫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점점 시들어가는 나도 싫었다.


정말 나도 내가 컨트롤이 안되던 날들의 반복이었다.

그날도 화가 났다가 서글퍼졌다가 눈물이 차오르는 날이었다. 정말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동생의 말이 떠올랐다.

‘언니, 명상을 해 봐, 진짜 괜찮아져.‘

그 어떤 것도 나를 일으켜 세워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던 차조차도 마시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던 날들이었으니까.

그래서 내 방에 들어가 앉았다. 내 머릿속처럼 한가득 지저분해진 책상을 눈앞에 두고 그냥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 모든 것들이 마치 원래는 없었던 것처럼 눈을 감아 내 마음속에도 없애버렸다. 그리고 호흡을 했다. 한 20분을 그렇게 숨만 쉬었던 것 같다. 명상이라는 걸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나는 그냥 숨만 쉬며 내 생각을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들은 ‘알아차림’이라는 것만 실행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내 생각들을 바라보는 것에 집중해 봤다. 그리고 눈을 떴다. 그랬던 신기하게도 답답했던 가슴 한편이 조금은 시원해지고 거친 파도처럼 철썩이던 나의 마음은 잔잔해졌다.


그날 결심했다.

‘나, 명상을 제대로 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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