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 어워즈에 다녀와서
밀리의서재(이하 밀리)에서 밀리어워즈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열렸습니다. 출판사 대표님의 배려로 함께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행사를 참관했지만, 상을 받는 것보다 얻은 게 많은 자리여서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로 정리해봅니다.
밀리의서재는 월정액으로 도서를 대여해서 읽을 수 있는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입니다. 2016년 설립 이후로 계속 성장해왔고 출판 시장의 변화와 함께 전자책 / 오디오북 분야가 성장하면서 국내 최대 수준의 구독형 도서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출판사 입장에서는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통한 매출이 적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에 대한 여러 시도를 통해 출판사와 관계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 흐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밀리어워즈의 오프라인 행사도 이러한 출판사를 향한 밀리 나름의 노력으로 보이고 다른 어워즈와 다르게 출판사 뿐만 아니라 편집자, 마케터를 분리해서 챙기는 것으로 출판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행사가 아니었나 칭찬해 봅니다.
다만 "출판 관계자"로 묶을 때 늘 누락되는 디자이너로서 이번 어워즈 분야에 "올해의 좋은 디자인"은 없었다는 것이 조금 실망스럽기는 합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에서 디자인이라고는 표지밖에 없으니 딱히 디자이너를 챙길 이유는 없어보이지만 그럼에도 책을 만들 때 같이 고민하고 힘쓰는 디자이너들도 있다는 점은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온라인 서점의 어워즈에서 언젠가부터 디자인 분야 수상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늘 안타까워 덧붙입니다.
https://www.tiktok.com/@only_taeri9/video/7444815536166358280
밀리의서재가 TV광고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식을 행사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광고 모델은 이미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로 사랑받고 있고, 최근 드라마 <정년이>로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김태리 배우입니다. 광고가 아직 방송되지 않았는데 온라인에서 벌써 영상을 찾아볼 수 있으니 참 빠른 시대입니다.(공식인지는 ... )
이번 행사를 통해 알게된 밀리가 제안하는 독서의 방향은 "일상화"입니다. 앞서 광고에서 김태리가 책을 읽듯 종이책을 읽다가 이동중에는 전자책을 읽다가 어떤 때는 오디오북을 읽는 것으로 끊임없이 독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밀리의서재가 같이 하겠다는 겁니다. 종이책의 페이지를 전자책에서도 찾아갈 수 있고, 오디오북에서도 해당 부분부터 이어서 들을 수 있도록 밀리의서재 앱을 업데이트 한다고 합니다. (책 전부는 아니고 일부 책부터 순차적으로... )
사람은 안변해 그래서 독서가 변했지
앞서 광고에 등장하는 슬로건입니다. 독서인구가 매년 줄어들고 출판시장이 축소되는 요즘 시대에 주는 메세지입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등장과 구독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유투브, 도파민을 뽑아내는 쇼츠들이 가득한 휴대폰과의 싸움에서 당연히 독서가 질 수 밖에 없는 시대인데 그럼에도 밀리의서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래서 밀리의서재는 "독서가 변한다"는 메세지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최신 기술(?)로 종이책의 페이지를 전자책과 오디오북에서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게 변하겠다는 겁니다. 어디서든 어느때던 간에 읽고있던 책을 이어서 읽을 수 있는 "일상성"을 주겠다는 겁니다. 어쩌면 쇼츠에 익숙한 세대여도 긴 책을 짧게 끊어 읽어나갈 수 있다면 나름의 해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얘기지만 넷플릭스와 유투브 처럼 구독형 영상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예전처럼 비디오, DVD를 빌려서 보는 시장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DVD는 저화질이어서 그렇다하더라도 2K/4K 블루레이와 같은 고해상/고음질 미디어가 (아직도)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빌려볼 수도 없고 심지어 블루레이플레이어가 없는 집이 더 많습니다. 영상을 감상할 때 디스크와 같은 미디어를 넣었다 뺐다하는 과정자체가 불편하기 때문이고 조금 화질과 음성을 손해보더라도 편리하게 OTT로 감상하게 된 것입니다.
출판도 같은 흐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밀리의서재가 발표한 향후 업데이트를 보더라도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을 개선하고,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는 아날로그적인 느낌까지 챙겨준다면 밀리의서재 앱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보고 있던 종이책을 연장해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블루레이와 OTT가 영상시장을 나눠갖는 것처럼 출판도 소장용 종이책과 구독용 전자책으로 발전할거란 예상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블루레이는 이제 일반적인 플레이어 용으로 판매되는 시장보다 일종의 굿즈처럼 영화매니아들을 위한 소장용 미디어가 되고 있습니다. 화련한 패키지와 스틸북같은 재질이 다른 케이스, 영화와 관련된 굿즈를 같이 포장한 한정판이 나오고 있고 오히려 이런 한정판이 더 잘팔리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OTT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뒤늦게 한정판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출판도 이런 시장이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컨드에디션, 동네서점에디션, 양장판에디션.. 이러한 에디션이 붙어나오는 출판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일반적인 독서를 위한 종이책은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넘어가서 사라지고 소장용으로 화려한 한정판 도서가 나오는 미래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500권 한정. 파이널 에디션! 하드커버 표지와 렌티큘러 케이스를 증정합니다.
블루레이에서는 이제 흔하게 나오는 광고문구처럼 책에서도 이러한 광고문구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블루레이는 500장만 만든 한정판이지만 다 팔리지 않아서 남아있기도 합니다.)
밀리의서재가 영리하게도(?) 출판 시장의 새로운 해법을 제안했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오디오북을 연결하는 OTT서비스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종이책을 우선하고 전자책은 분리해서 생각하던 출판시장에 이러한 발상이 얼마나 많은 독자를 끌어당길지 궁금합니다.
저부터 우선 잠자고 있는 밀리의서재 앱을 다시 켜보고 싶어지니까요. (김태리가 예뻐서 그러는건 아니고)
새해에는 책 한권이라도 더 읽어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