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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Sep 04. 2024

바깥은 여름

북리뷰



     제목 : 바깥은 여름

     저자 : 김애란


     책소개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김애란 소설집. 역대 최연소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다.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의 이야기,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 언어의 영(靈)이 사라지기 전 들려주는 생경한 이야기들이 김애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펼쳐진다.


수록작 가운데서 표제작으로 삼는 통상적인 관행 대신, 김애란은 이번 소설집에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풍경의 쓸모')는 문장에서 비롯됐을 그 제목은, '바깥은 여름'이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안'(內)을 골똘히 들여다보도록 한다.

[출처 : 알라딘]   




기억에 남은 한 문장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그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드문드문 몇몇 장면들이 멀어지다 끊기며 머릿속에 섞였다. 눈물이 땀처럼 새어나왔다. 감정이 북받치지 않을 때조차 얼굴에 눈물이 진물처럼 고였다. 장례식 날, 남편 영정 사진 앞에 우두커니 앉있는데 세 살 난 조카가 아장아장 다가왔다. 내 여동생이 낳은 남자아이였다. 조카는 어두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고는 그 말도 못하는 애가 자기 손에 있던 과자를 내게 쥐여주었다.

p. 230   




감상평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마음속 싶은 곳에서 응축되어 폭발하기 직전의 순간 혹은 폭발하여 스스로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곁에 있던 사람과 헤어지고 돌아오던 길, 가족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던 날, 어릴 적 키우던 반려견이 병으로 떠나 묻어주던 날이. 멀리에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에 내 일이 되었던 그런 이야기였다. 내 안은 차디찬 겨울이지만 바깥은 여름이었던. 하지만 계절을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더라. 언젠가는 지나간다. 봄은 다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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