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광고인, 극사실주의 에세이
철 없던 고3, 대입원서를 쓸 때의 일이다. 난 선생님께 동아방송전문대학교에 가서 방송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 나이의 많은 이들이 그렇듯 단순히 방송일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사실 동아방송전문대학교가 어떤 방송 직무를 교육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학교 이름에 방송이 있으니 저기 가면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 속에서 반항 반 귀찮음 반으로 그곳을 주장했다. 선생님의 손에는 인서울 대학의 수시 원서가 두 장 있었다. 학교에 배정된 한정된 TO중 에서 두 장을 나와 내 절친에게 주려 하셨다.(아마도 매우 힘들게 구해 오셨으리라) 그때만 해도 과보다는 대학교를 보고 진학 결정을 하던 때였기 때문에 그 앞에서 동아방송전문대학교를 가겠다고 호기롭게 주장한 내 친구는 호기로운 귀싸대기를 한대 맞았다. 뒤에 있던 나는 귀싸대기 없이 원서를 집어 들었다. 물론 내 친구도 두 번째 귀싸대기가 날아들기 전에 원서를 받아 들었다.
막상 받아 들었지만 그 대학에서 무슨 과를 지원 해야 할지 막막했다. 방송과 관련된 과를 찾아 보던 중 눈에 들어온 과는 신문방송학과와 광고홍보학과 였고 내가 선택한 학과는 광고홍보학과 였다. 선택의 기준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별 이유 없이 대충 결정 했을 거다. 그렇게 광고홍보학과를 들어가게 되었고 그 선택으로 인해 난 지금 알만한 외국계 광고대행사의 AE가 되어있다.
뭔가 글을 써보려 결심했을때 그 주제가 광고는 아니라 다짐했다. 그럴 능력도 안되 거니와 광고인들이 펴낸 업계와 관련된 다양한 서적들이… 뭐랄까… 내겐 별로 였다. (책을 펴낸 여러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그냥 저에게 별로 였다는 말이 예요.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많은 주제들이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크리에이티브한 발상을 하는가?’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인가?’ ‘생각은 어떻게 하는가?’ 등…
사실 나도 나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고 굳이 노력한다면 그에 대한 막되 먹은 책 한권은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건 이미 쓰여진 책들과 쓰여질 책들에 역할을 넘긴다.
광고에 대한 글을 쓸 생각이 없다가 문득 펜을 든 것은 내가 대학교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해소 할수 없었던 아쉬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광고홍보학과 였기 때문에 업계 종사자들이 강단에 선 모습을 볼수 있었다. 대형 광고 대행사의 대표님도 계셨고 기획자, 카피라이터, 미디어 전문가등 다양한 분야의 현역들로 부터 수업을 들어봤지만 이 일이 여전히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다. 왠지 멋있어 보이는 반쯤의 환상과 겁나게 빡셀거라는 반쯤의 걱정(사실 이마저도 멋있어 보이는 환상이었을거다) 이 혼합되 두루뭉술하게 머리에 있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아주 적나라하고 사실주의적으로. 광고계, 광고인의 일상과 삶을 보여주려한다. 어떻게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인 혹은 전략적인 광고인이 되는가가 아니다. 10년차 광고인이 사는 일상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공감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