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왜 그렇게 골목길을 헤매었을까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보면 이제는 현기증이 난다.
10년 전, 아니 20년 전만 해도 골목길만 찾아다녔는데. 그러던 내가 이제는 골목길을 꺼리게 됐다. 나도 이제 나이를 많이 먹었나 보다.
골목에 들어서면 여러 갈래의 길이 보인다.
굽어 돌아가는 길 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설렘과 그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나를 이끌었다.
골목을 거닐다 보면 우리네 인생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눈앞에 보이는 많은 갈래 길처럼 우리의 인생에서도 수많은 갈래 길을 맞이하고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다행히 선택한 길에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은 일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거기엔 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꽝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 길에 들어서야만 한다. 그렇기에 오늘도 기대감을 갖고 갈래길 앞에 서본다.
잠시 중국 대련에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대련은 중국에서도 일본인과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일본 거리는 과거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해서 일본식 건물이 많아 그렇게 불려졌다고 합니다. 대련에는 일본인 거리 외에도 러시아 거리도 있습니다.
저는 이 두 거리를 좋아했고 자주 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물론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중국인들입니다.
일본 거리의 대로를 가로질러 어느 골목길을 지나 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때 이들과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다만 이방인 같은 저를 자연스레 받아주었고 그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도 했습니다.
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참 순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아무런 이해득실이 개입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고, 낯선 한국 청년이 사진기를 들고 찾아온 게 신기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 사진을 다시 보게 되는데요, 그때는 자연스레 타인과 이야기를 하며 교제를 나누었는데 지금은 아무 이유 없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경계하게 됩니다. 세상이 험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내가 세상에서 많이 닳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이 돼 간다는 것이 너무 서글픕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때 이들과의 만남이 더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