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의 아이들
2003년 여름, 민족의 성산[聖山]이라는 백두산에 갔습니다. 중국 땅을 밟으면서 백두산에 가보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중국은 광활합니다. 제가 있던 대련에서 18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백화[白花] 역 도착했습니다. 하루를 묵고 다음 날 일찍 백두산을 가야 해서 우선 숙소에 짐을 풀고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카메라를 메고 그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백화 역 부근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더욱이 날씨까지 흐려서 그 무게는 더 했다.
내가 숙소 주변을 돌아다니다 작은 유치원을 발견했습니다. 정식 유치원은 아니고 마을 어린이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공부방 정도의 유치원이었습니다. 시설 역시 열악했고 그곳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다녀가는 곳이라 그런지 외국인인 나를 바라보는 눈은 다분히 담담했습니다. 그들과 몇 마디 나누고 나서 내일 다시 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백화 역에서 백두산까지는 차로도 꽤나 긴 시간을 가야 했고 하루에 일정을 마치려면 부지런히 준비해서 떠나야 했습니다. 떠날 때부터 흐렸던 날씨는 왠지 모를 걱정을 만들었고 불안함은 이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천지에 도착했는데, 안개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가 백두산에 간 날 천지까지 도보로 갈 수 있는 길이 개통됐습니다. [그전까지는 약간의 쌈짓돈을 주고 올라갔다고 함] 그래서 겨우 천지는 볼 수 있었습니다.
천지를 보고 돌아온 시간이 예상보다 늦어졌습니다. 오면서도 아이들과의 약속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같이 있었기에 혼자서 행동할 수 없었습니다.
뒤늦게 다시 찾아간 유치원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마음의 안도를 느끼는 순간, 그곳 선생님께서 나머지 아이들이 우리를 오래 기다리다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짠~해옵니다. 우리의 짧은 일정이 어찌나 아쉽고 원망스럽던지. 그래도 이 아이들과 짧은 시간이나마 같이 보내서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이 사진을 특히 좋아합니다. 내가 찍은 사진이라서가 아니라, 이 작은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겨있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들의 얼굴 모습이 떠오릅니다. 해맑게 웃던 아이들, 비록 가난하지만, 나에게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여줬던 이 아이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됐을 텐데요. 어느 하늘 아래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무척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