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짓 하지 말고, 찜찜하면 관두자
나는 한 달에 두 번 지인언니와 길고양이 돌보는 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을 대략 설명해 보자면 기존에 설치하여 관리 중인 급식소를 청소하고 사료와 물을 챙기고, 그곳에서 밥을 먹는 아이들의 상태와 일 년에 두 번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중성화사업을 통해 아이들의 개체수 조절 및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치료 등도 간간히 하고 있다.
우리가 봉사하는 곳은 면적이 꽤나 넓고 용도를 기다리는 아니 철거가 예정된 큰 건물과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들이 포함되어 있어 돌보는 고양이와 함께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게 나름 선물 같은 장소이다.
그날은 무더위가 최고 절정이었던 2024년 8월 17일 토요일 아침이었다. 해가 조금 순할 때 시작해야 그나마 덜 지칠 것 같아 일찍 언니랑 봉사장소에 도착했는데 그때가 아침 7시 반쯤 되었을 거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우리가 젤 먼저 하는 일은
주말마다 고양이 밥 챙기느라 오는 봉사자들을 싫은 내색 없이 반겨주는 경비분들께 간단한 간식을 챙겨 드리고, 바로 20킬로 중저가 사료 포대를 열어 조금 좋은 사료와 섞어 구역별 필요량을 소분하고, 물과 간식, 그리고 쓰레기봉투 등을 챙기는 것이다.
그날도 경비분들께 더운 하루 잘 견디시게 시원한 캔커피와 빵을 간식으로 드리려고 준비한 터였다. 내가 낯도 많이 가리고 또 어색해 해서 보통 간식 전달은 언니가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언니가 전달 간식을 내게 주며 니가 드려봐~ 이러는 거다. 순간 잠시 망설였지만 아저씨들 얼굴 본 지도 햇수로 3년이면 내적 친밀감도 생겼지 싶어 흔쾌히 수락했다.
캔커피를 왼손에 몰아 들고, 오른손에 떡봉지를 들고 신나게 경비실로 가려던 나는 오른발이 뭔가에 걸려 중심을 잃었고, 어어~ 하다가 몸이 그대로 콘크리트 바닥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너무 순식간이라 멍~ 하고 있는데 오른쪽 다리에 감각이 없는 거다. 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왕왕대고 경비분들 쫓아오시고...
'아 뭐지? 어떻게 된 거야~' 엎어져 누운 상태로 눈알만 굴려가며 이 상황을 파악해 보려고 애쓰는 중에 언니가 오른쪽 다리를 살펴보는 듯하더니 119에 전화를 걸어 장소와 사고경위를 설명하고는 통화를 끝냈다.
"괞찮니? 오른쪽 다리 감각은 있어?"
두 눈을 껌뻑이며 내 다리에 감각이 있는지 느껴본다. 힘도 안 들어가고 힘을 줄 수도 없다.
"아니~ 모르겠어. 아픈 것도 같고. 세게 부딪혀서 그런가 봐. 집 가서 파스 발라야지, 뭐"
"얘, 파스로 될 일이 아닌 거 같아. 복숭아뼈가 푹 들어간 게 뼈가 부러진 거 같아. 어쩌니~"
그때까지도 봉사는 시작도 전에 다친 나에 대한 짜증, 창피함, 오늘만 기다렸을 고양이들... 이 넓은 공간을 혼자 다녀야 할 언니에 대한 미안함 등등 내 상황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근데 내가 도대체 뭐에 걸렸던 거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형광주황색 "안전제일"띠가 눈에 확 들어왔다.
높이가 내 무릎 정도 되려나?
그랬다. 사실 그 띠를 왼쪽 다리로 넘으면서 돌아서 갈까 하는 망설임이 잠깐 스쳤었다.
그런데 저 정도쯤 건너가기야 식은 죽 먹기라는 자신감에 양손에 물건을 들고 건너다 오른쪽 발등이 띠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
그 와중에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 갈리는 건 막아보겠다며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떨어지는 낙법(?)도 구사했으니 발목이 분쇄 골절될 밖에!
이후 나는 119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도착, 3일간 발목 붓기를 가라앉힌 후 수술, 현재까지 1년 하고도 한 달을 견뎌 곧 철심과 핀 제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수술 후 두 달 동안 꼼짝 못 하는 나 자신에 화가 났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못 걸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쳤었다.
지금도 날이 흐리거나 아침에 잠에서 깨면 다친 다리가 뻣뻣하고 아프다.
그렇지만 내게 주어지는 어떤 순간도 다 의미가 있는 법!
태어나 처음으로 나는 내 다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귀하게 여기지 못해 미안하고, 그럼에도 여태껏 나를 가고 싶은 곳까지 무사히 옮겨주고, 운전도 할 수 있게 해 주어 고마웠다.
모든 시련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선배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한 가지 마음 아팠던 건 내 나이가 있어 회복이 더디다는 현실, 나이를 체감하는 뼈 때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감히 조언드린다.
평소 안 하던 일을 하게 된다면 다시 생각해 보시기를... 왠지 찜찜한 생각이 든다면 바로 멈추시기를...
다음 편에는 입원기간 동안 듣고 보았던 가슴 아팠던 인생 이야기들을 나눠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