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심 자극하지 않기
"아빠가 먼저 치카치카하러 간다!"
이 말에 아이가 또 화를 냈다. 앞서가는 아빠를 부리나케 쫓아가 두 손으로 할퀴었다. 문제를 의식하고 아이의 행동을 보니 마음이 더욱 심란해졌다.
생각해보면 식사할 때도 "엄마가 일등으로 먹는다!"라는 말에 신경질적으로 때리며 우는 일도 잦다. 물론 자신이 이겼을 때는 "엄마! 엄마가 이겨도 나는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가 져도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라며 나를 달랜다.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을 주지 않기 위해 평소 이렇게 말했었는데, 아이도 내 화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졌을 때는 이 말이 소용이 없는 데다 요즘은 폭력까지 더해졌다.
아이의 발달단계로 봤을 때 경쟁심이 생기고 지는 것을 싫어하는 때이긴 해도 폭력은 아무래도 과한 반응이다.
"아빠한테 지는 게 속상했어? 얼마나 속상했으면 사랑하는 아빠를 할퀴었을까? 근데 아빠도 아프겠다."
아이가 잠잠해졌다.
아마 자신도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평소대로라면 "아무리 그래도 아빠를 때리면 안되지."라고 이야기했을 터였다. 그런 훈계에 대한 아이의 반응은 분노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었다. 공감을 해주는 것이 이렇게 대단한 것이었구나. 오늘도 우리는 깨달았고 또 하나 실천할 거리가 생긴 것 같다.
"아무래도 현재 이 아이에게 경쟁은 아닌 거 같지?"
적절한 경쟁심은 발전의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쟁심 유발이 모든 아이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낳지는 않는다. 경쟁이 필요한 순간에도 지나치게 무딘 아이라면 적절한 강도로 경쟁심을 자극해주는 말이 필요하겠지만, 우리 아이에게 '경쟁'은 스트레스인 것 같다. 왜냐하면, 애초에 경쟁심이 없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정 욕구가 과한 아이가 경쟁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를 잘 생각해보면 해답이 나온다.
경쟁에 따른 실패 경험은 아직 감정처리가 미숙한 아이들에게, 때때로 분노를 유발한다. 가급적 분노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에의 노출을 줄인다면 '분노'라는 감정도 조금 잊혀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