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공감, 아이의 공감 11
문제는 YOUTUBE다.
by teaterrace Mar 30. 2019
'24개월까지는 아이에게 TV를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사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모두 아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TV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그 편의성 때문에 핸드폰을 쉽게 보여주는데 이 역시 아이에게 더 큰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모르고 보여주는 부모 역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정신적 또는 체력적으로 힘이 들거나, 밖에 나갔을 때 아이로 인해 남들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아이를 임신하면서 남편과 약속한 것이 한 가지 있다. 아이가 24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 앞에서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기로 말이다. 대체적으로 잘 지켜졌다. '대체적으로'라고 말하는 것은 그 기간 중 한 달 여 동안 불가피하게 아이가 TV와 핸드폰에 노출된 시기가 있어서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다시 본래대로 미디어와 단절된 환경에서 지내면서 아이는 당연히 일과 중에 TV나 핸드폰을 찾는 일이 없어졌다. 어쩌면 아이의 성격상 끈질기게 떼쓰는 아이가 아니라서였을지도 모르지만, 어릴수록 TV나 핸드폰을 끊는 일은 더 쉽다는 것을 경험상 자신할 수 있다.
문제는 부모다.
"아이가 TV 없으면 안 돼요."라고 말하지만, 실은 부모가 TV 없이는 안 되는 것이다. 뽀통령이라는 말은 어른들이 자기 합리화로 씌운 허울일 뿐이라는 것을 한 달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뽀로로의 노예는 사실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었다.
TV를 틀어주면 우선은 아이가 잠잠해져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게 된다. 집안일부터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보는 일까지 자유로워진다. 그 자유를 만끽하다 보면 굳이 힘들여서 아이를 TV로부터 격리시키고 애써서 나의 자유로운 생활을 희생하고 싶지가 않다. 다이어트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가 쉽다. 애써 참아온 다이어트를 통해 내 몸은 날씬해졌다. 그러나 어떤 일을 계기로 조금 자유롭게 먹었다면 더 이상 음식을 절제할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영향을 받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 다이어트가 망하면 내 몸이 망가지지만, TV 끊기가 망하면 우리 아이가 망가지기 때문에 유혹에 지더라도 깊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TV를 막을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월령이 늘어날수록 또래집단과의 교류도 늘어나는데 우리 아이만 문명과 단절된 늑대소년처럼 키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다만, TV와 핸드폰을 구분하고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을 보여주려는 노력만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우리 아이의 '분노'표출에 있다. 무엇 때문에 아이가 짜증이 늘고 잠꼬대조차 벼락같이 화를 내는지, 때때로 부모를 향한 폭력까지 일으키게 했는지를 추측해보았다.
부모의 공감이 부족했던 것은 앞서 누누이 말해왔던 부분이고, TV를 포함한 미디어의 내용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뽀로로로 시작해서 타요, 폴리, 코코몽을 거쳐 부르미즈, 슈퍼윙스, 헬로카봇, 또봇, 레이디 버그, 소피 루비에 이르기까지 내용을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오해나 편식을 비롯한 잘못된 생활습관, 사회질서 등을 다루다가 나중에는 대결, 빼앗기, 징벌 등으로 간다. 때로는 지나치게 공포심을 건드리기도 하는데 그 예가 신비 아파트이다.
원한이 있는 귀신이 등장하고 그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어 저승으로 보낸다는 내용이 주인데, 우리네 '전설의 고향'의 어린이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앞서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분하여 보여주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우리 아이의 경우, 우연히 신비 아파트를 보게 된 경로가 YOUTUBE였다. 연관 동영상이 추천으로 떠서 나오며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재생되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성인 영상을 접하게 되는데, 그 경로가 이렇듯 우연한 계기였다고 한다.
Pixabay
신비 아파트를 접한 아이는 처음에는 무서워하면서도 그 공포를 즐겼다. 어른이 보기에도 재미있기에 우리도 몰입하면서 보았고 그 후로도 아이가 원할 때면 보여주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아이가 자는 방에도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천정을 응시하면서 무서움에 떠는 일이 생겼다. 또한 놀이방에 혼자 들어가는 것도 싫어할 뿐 아니라 모든 방문을 닫아두도록 하였다. 용변을 볼 때도 항상 문을 닫고 혼자의 시간을 보내던 아이가 절대 문을 닫지 못하게 한다. 이 모든 행동이 신비 아파트에서 비롯되었다. 내용 자체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신비 아파트의 시청연령에 적합하지 않은 나이라는 것이다.
공포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한다. 그것은 누군가로부터 교육을 받거나 어떤 특별한 경험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는 엄마의 자궁 밖 세상 자체가 생존에의 공포 그 자체이다. 그런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무서워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것이다. 맵다고 하면서도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되는 현상과도 유사하다.
그런데 우리 아이의 연령은 그 공포심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것이다. 매운맛을 경험해보지 않은 아이에게 김치가 매운맛에 대한 호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듯 공포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포는 분노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하니,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봤을 때 공포물은 우리 아이에게 분노심을 조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모든 회에 걸쳐서 억울함이 원인이 되고 있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정당화되는 과정 역시 아이에게 교육적이지 않다. 이는 아이가 사소한 것이나 정당한 규제에도 억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조장할 수 있으며, 억울하면 남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이 자칫 당연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아이가 고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며, 핸드폰이나 YOUTUBE가 아닌 TV나 컴퓨터를 통해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핸드폰의 쉬운 조작성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블루라이트가 시신경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문제를 의식하고 부모 상담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부모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