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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Jan 10. 2019

여기는 애월입니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숙소 추천 : 애월 아.고.집




기저귀를 찬 25개월 아이와 둘이서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도전한 지 벌써 17일째 밤이 지나고 있습니다. 


한달살이를 마치고 돌아가면 바로 이사를 하고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낼 것 같아 미리 후기이자 생생 리포트를 올려볼까 합니다.


지역은 제목대로 애월이고요. 26개월짜리 아기와 둘이 지내기에 애월과 조천 중 고민하다가 주인 분들과 통화 후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둘이 살기엔 너무 넓은 투룸 주택이지만, 위에 주인세대도 함께 하고 있고, 옆에 저처럼 장기 살이 하시는 1.5룸이 있어 외롭지 않고 안전해서 좋네요^^

(숙소 고르는 기준이 주인세대와 함께하는 거였어요. 남편 없이 지낼 때 무섭거나 응급상황이 생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한 제주 이주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원주민보다는 이주민에게 현실적으로 질문할 만한 것도 많았구요.)



무엇보다 태풍에 문이나 창문 흔들림 없어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물론 옥상 태양열판은 날아가버렸지만요. 강풍에 전기가 오락가락해서 각종 전자제품이 '삐리릭'대서 놀란 것 빼고는 정말 안전하게 그날 밤을 보냈네요. 소리에 예민한 아이가 쿨쿨 잤을 정도니까요. 내부를 완전히 새로 리모델링한 데다 1층이라 바람에서 좀 더 안전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1층 날씨랑 위쪽 날씨가 달라서 옷을 바꿔 입고 나갔을 정도예요. 

(지형이 내리막 구조예요. 현관에서 보면 마치 지하 같지만 내려오면 여기가 일층이고 그런... 옆집도 우리 1층 옆^^)


태풍CHABA에 이 정도면 정말 최상급!




사실 오기 전에 제주엔 워낙 벌레도 많고, 지네도 있다기에 엄청 긴장하고 왔는데, 집안에는 다행히 없네요. 가끔 문 여닫을 때 모기나 날파리들이 따라 들어와 공격할 때도 있지만, 가끔씩 방역을 해주셔서 불편 없이 지내고 있어요.(윗집 이모-우리 아이가 이모라 불러요-가 벌레를 싫어라 해서 가끔 체크 차 물어보시기도 해요. 여러 번 이사 다니시는 동안 벌레 때문에 괴로우셨다고.)


마당이 있다는 게 아이에게 이렇게 좋을지 몰랐네요. 비눗방울 날리고, 밥도 먹고, 옆집 멍멍이에게 인사도 하고, 귤나무와 풀도 만져보고. 윗집 이모랑 형누나가 이뻐해 주니 툭하면 위층으로 올라갈 정도입니다.^^;; 




처음 올 때 함께 왔던 남편도 우리도 이런 집 짓고 살고 싶다며 집 잘 구했다고 하고 갔어요. 바깥 주인장께서 직접 고치셨다고 하는데 솜씨가 멋지십니다! 카페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거든요^^




침대는 프레임이 낮아서 아이랑 지내기에 참 좋습니다~ 두 개 붙여놓고 쓰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서 매일 데굴데굴 구르고, 뛰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다른 방 하나는 애가 잠들었을 때 사용하거나 옷 이외의 짐들 정리해두었는데, 가끔 이 방 침대에 와서도 뜁니다. 우리 집 매트리스가 워낙 높아서 못 뛰었는데 아무래도 가서 바꿔야 할라나 봐요.



주방 창문으로 대나무밭이 보여서 설거지하거나 식탁에 앉아서 일기를 쓸 때, '정말 여기에 내가 있는 거야' 하면서 매번 감탄했는데 이번 태풍에 태양열판이 쓸고 가버렸어요. 흑흑.

현관 입구에는 신발정리대가 있는데 아래엔 신발 놓고 위엔 외출할 때마다 들고나가는 짐을 항상 올려놓고 쓰니 편리하네요.




온수, 난방 모두 빵빵해요.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시원했는데 이제 보일러 틀고 자네요. 이제 돌아갈 시기가 점점 다가오나 봐요. (흑흑) 거실 및 각방 에어컨 다 있고, 제습기까지 있어서 쾌적합니다. 드럼세탁기랑 전자레인지도 기본!(공동세탁실은 전 아무래도 불편해서요)

참! 대부분 그렇듯이 전기랑 가스요금은 퇴실 때 별도로 정산한답니다. 



가까운 곳에 아이와 놀기 좋은 카페랑 제가 좋아하는 전망의 카페도 있어 때로 아이와 놀기 지칠 때 힐링하러 갑니다. 


 <좌>달자카페, <우> 카페더럭 in 애.월.


 

아기가 어려서 하루에 한 군데만 갑니다. 그래도 6시면 어두워져서 집에 와야 해요. 

(초보운전이라 가급적 1시간 이내인 곳만 다니고 있어요.)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관광 모드로 여기저기 가 볼터인데 '살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많은 계획은 필요 없는 듯해요. 정말로 내가 여기 와서 살 거라면 그리 바쁘게 돌아다니지는 않을 거니까요.

비 오는 날은 우산 쓰고, 마당에 나가서 잠깐 놀기도 하고, 집에서 그리기 만들기 물감 목욕 같은 거 하면서 보내고, 때론 동네 마실도 나가고요. 의외로 여행하고 오면 가까운 동네에서 놓친 것들이 많다니까요. 



그래도 해수욕장 모래놀이는 갈 때마다 좋아합니다. 바다 많이 보여주자고 결심했거든요.

(근처에 차로 7분 거리에 곽지과물-여기가 아기들 놀기 젤 좋음-, 20분 거리에 협재, 금능이 있어요.

오기 전엔 걸어서 가지 못하는 게 맘에 걸렸는데, 막상 와보니 생각처럼 매일 가게 되지도 않을뿐더러, 이번 태풍chaba를 겪고 나니 바닷가 가까운 집이 오히려 무섭더라고요.)




저는 열흘 고민하고 숙소를 결정한 후로는 자동차, 항공편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여기 와서 그날그날 정해요. 남편이 말하기를 저는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아니면 잘 견딜 거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숙소 정할 때 주인분이랑 통화를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참! 첫 한 달 살기라면, 가급적 편의시설과 병원 등이 가까운 애월이나 조천이 나을 거 같고요, 동쪽 성산이나 아래쪽 서귀포 쪽이 애들과 볼거리는 더 많을 테니, 한 번 살아보신 분들은 제 조언이 필요도 없겠지만, 그쪽으로 잡으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카시트랑 유모차 렌트비용 생각하니까 한 달 렌트보다는 자차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가 렌트도 보험료 포함하면 결코 싸지 않고, 장기렌트의 경우는 완전 자차가 되지 않는다네요.

탁송할 경우 셀프 선적에 비해  왕복 15만 원 정도 플러스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항구에 드나드는 수고를 줄일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을 듯해요. 홈투홈 서비스니까요^^

저는 인천 청라에 살아서 직접 셀프 선적했어요.


와보니 주인분도 인천서 사시다가 오셨고, 협재해수욕장에서 만난 아기 엄마도 인천에서 사시다가 이주 오신 분이어서 정말 신기했어요. 인연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하루하루 짧아지는 게 아쉬운 나날입니다.

내가 고민할 때 그 숙소는 사라진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바로 결정한 게 최고로 잘한 일이네요^^

결혼기념일 때문에 중간에 남편이 다녀갔는데 헤어지는 게 눈물이 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저는 내년에 복직을 앞두고 있고, 이사 후 아이가 처음 어린이집도 적응해야 해서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결정하기는 했지만요. 남편 말대로 숙소를 정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일단 질러보세요. 고민하다 보면 금세 마음은 시들시들. 

내 팔자에 무슨. 애랑 둘이 되겠어. 등등 각종 고민은 접어두세요.


저는 애가 입도 짧고, 아직 기저귀도 못 뗀 두 돌 갓 지난 아들과 둘이 있습니다.

반찬은 사다 먹고 기껏해야 국을 끓이는 게 전부인 제가 가장 걱정한 건 아이 식사 준비였어요.

게다가 남편이 6시 반이면 집에 와서 애를 함께 봐주어 남편이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바로 친정으로 도망가는 그런 엄마였습니다.

그런 저도 여기서 즐기고 있어요.

걱정 마시고, 결정하세요.

어떤 분이 저에게 그러시더라고요. 

엄마는 강하다고요.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갔던 노루생태관찰원 사진 투척하고 저는 이만 자러 갑니다. 휘리릭!




                                                                                                              2016년 10월 12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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