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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Jan 04. 2019

20대는 원래 아픈거다.

멘탈가출자의 방황기(삿포로에서)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

그것이 왜 하필 해외이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의사소통은 가능한 나라이니 크게 겁먹지 않았던 것 같고 무엇보다 멘탈이 가출하여 겁이 없었던 까닭이기도 했다.


출발하기 전, 일본 여행 카페에서 나와 같은 일정의 여성분을 알게 되어 공항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신치토세 공항 도착.




JR을 타고 삿포로 역으로 이동했다.


반갑다. 삿포로



든든히 먹고 시작하기로 했다.

미리 정해놓은 라멘집으로 갔다.


KEYAKI.



대표메뉴인 미소라멘으로 주문!


5년 전 메뉴판인데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미소라멘


하아...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나는 맛이다. 과하게 짜지않고 담백했었다.


일본을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음식값이 물가에 비해서도 정말 비싸다는 것.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본 음식은 같은 메뉴라도 맛은 더 훌륭하고,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것 같다. 무엇보다 7년 전 가격이 지금과 차이가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정말 놀랍다.


스스키노 역에서 가까운데 골목이어서 살짝 헤맬 수 있음.



삿포로 맥주 박물관


삿포로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없었으나, 맥주박물관 만큼은 꼭 가보고 싶었다.

사진 한 장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홋카이도를 나의 첫 홀로여행의 목적지로 정하게 된.

그것과 똑같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바램 하나로 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허리춤까지 쌓인 눈이 너무 신기해서 마구마구 사진을 찍었는데, 저 정도의 눈은 이곳에서는 예삿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러 번의 셔터를 누른 후에야 사진에서 봤던 느낌과 비슷한 사진을 하나 건질 수 있었다.


입장.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제조과정을 알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




기념사진도 찍어보고,

맥주박물관에 왔으니, 맥주도 맛보았다.

(지금은 박물관 견학도 예약제이고 맥주를 맛보는 것도 무료인 것 같은데, 당시에는 200엔을 내면 맥주 한 잔과 치즈 한 개를 함께 주었다)



삿포로의 밤은 이미 노랗게 물들었다. 눈 동굴 속 양초도 노랗게 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삿포로TV탑, 타누키코지


타누키코지(너구리 골목이라는 뜻의 아케이드 상가)에 가기 위에 지난 오오도리 공원. 그 뒤로 밝게 빛나는 삿포로TV탑. 겨울이라 그런지 7시도 채 안된 저녁인데 깜깜했다.


삿포로 TV탑


지방 특색이 있는 상점이 많다고 해서 찾았는데, 그저 익히 알던 일본의 아케이드 상가였다.

당시엔 스마트폰용 장갑도 생소해서 하나 사서 끼었다.





스스키노


삿포로의 번화가 스스키노. 가볍게 사케랑 꼬치를 즐기고자 선술집을 찾았다.


잇페이





혼자 여행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


혼자서 숙소에 들어서서, 내가 철저하게 혼자임을 깨닫는 순간.

나는 그 순간이 가장 두렵다.




그날의 일기



2011년 02월 23일에서 24일로 넘어가는 새벽 2:40


인터넷 할 수 있는 곳을 찾느라 고생했다. 결국은 호텔에서 약 3만원 하는 비용을 치르고 PC를 렌트했다.  이틀치 사진 올리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지금 시간 새벽 2시 40분  
가끔은...   
내가 여기에 왜 와 있는지도 잊고 힘들어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낯선 풍경을 보고 잠시나마  힘든 나를 잊기도 한다.  
혼자 떠날 때의 두려움. 이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도해 보지 않은 미지의 경험에 대해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미루어 짐작해서 걱정하고 마음 아파 하는 습관도. '막상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미리 상상하고 괴로워하지 말 것'이라 스스로 주문을 걸어본다.  

여기에 오니 그리운 사람들이 많다.  함께 누리면 좋았을 부모님, 늘 곁에서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는  나의 동료들,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도 늘 어제 만난 것 같은 친구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사람들은 그립지는 않고 걍 떠올랐다. 내가 여기 오는데 많은 기여를 한 사람들이므로...;;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으로 떠오르는 그...  

그립다. 당신들&당신...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의 일기입니다.

혼자서 왜 그렇게 방황을 했는지, 정말 청춘이라 그렇게 아팠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시절만큼 나의 황금기도 없었는데 말이죠.

가끔 이렇게 지나간 일기를 꺼내보면, 지금의 나 역시 미래의 어느날 오늘의 일기를 보며


"너 그때 행복했었어"

라고 말해줄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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