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을 그만두다.
아이의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어린이집을 그만둔 것이었다. 매사에 '참음상태'였던 아이이기에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보내는 것도 어쩌면 '참음 강요'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모든 어른들이 직장을 가듯 아이들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간다. 회사에 가는 것이 즐거운 어른들이 얼마냐 많겠냐마는 신기하게도 막상 가면 또 그냥 잘 생활한다. 이와 같이 아이들도 단순히 '아침에 가는 것 자체'만 싫고 막상 가면 즐겁게 지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여기기엔, 원 활동 사진에서 아이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친구들과의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또래 놀이에 흥미를 못 느끼거나 '싫어하는 영어공부를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싫거나, 여러 가지가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아이의 문제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므로 가정 내에서 해소가 우선이며, 그것이 충족이 되면 다른 부분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짐작에서 내린 결정이다.
원장 선생님을 비롯해서 담임선생님까지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기를 축원해주었다. 물론 아이가 싫어한다고 해서 원을 옮기거나 중단하거나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아이의 결핍을 먼저 충족시켜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에 가족 모두가 동의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는 우리 부모님, 즉 아이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희생이 뒤따른다. '아이가 원할 때'라는 원칙을 갖고 계신 엄마는 사실 전부터 '힘들어도 내가 돌보는 게 낫겠다'라고 말씀하시던 분이다. 더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생활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만큼 그분들의 양육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보다 더 귀한 손자라고 하지만, 그들의 양육관으로 '현재의 나(겉으로는 반듯한 어른이지만 안으로는 참는 것이 습관이 된'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상담사의 말에 의하면 우리 아이는 엄마 아빠 외에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부드러운 제약 속에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게 될 할머니 할아버지도 전문가의 조언을 함께 들으면 의식적인 변화가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