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섬과 섬을 잇는 길, 시마나미 해도

시코쿠 4박 5일

by 턱시도 Tuxedo

마쓰야마에서의 아침은 유독 여유로웠다. 전날의 피로를 세련된 아침 식사로 달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쓰야마성을 향해 나섰다. 가파른 길을 걸어 오르는 대신, 혼자서 탈 수 있는 자그마한 리프트에 몸을 실었다. 발아래로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산을 오르는 재미가 로프웨이보다 제법 쏠쏠했다.
산 정상에 우뚝 선 마쓰야마성은 고치성에 비해 그 규모가 한층 웅장했다. 임진왜란에 참전했던 가토 요시아키라가 처음 세웠다는 이 성의 천수각에 올라 시내를 굽어보았다. 따뜻한 햇살 아래 땀이 살짝 맺힐 무렵, 지역 특산품인 감귤 알갱이가 듬뿍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상큼한 단맛이 입안에 퍼지자, 문득 정해진 일정을 벗어나 저 너머의 바다를 건너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렌터카 여행만이 허락하는 즉흥적인 일탈이었다.
운전대를 잡고 망설임 없이 북쪽으로 향했다. 에히메현에서 바다를 건너 히로시마현으로 이어지는 '시마나미 해도(しまなみ海道)'. 세토 내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달리는 이 길은 그야말로 바다 위를 드라이브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내친김에 바다를 건너 혼슈(本州)에 닿아, 오카야마현의 구라시키(倉敷) 미관지구로 운전대를 돌렸다. 오랜 세월에 걸쳐 바다를 매립해 만든 이 도시는 옛 정취와 모던함이 기막히게 공존하고 있었다. 수로를 따라 골목을 누비는 인력거꾼의 활기찬 뒷모습을 보며, 오래전 이 물길을 따라 부를 축적했을 옛 상인들의 치열했던 숨결을 가만히 더듬어 보았다.
다시 시코쿠로 돌아오는 길, 장장 13km에 달하는 거대한 '세토 대교(瀬戸大橋)'에 올랐다. 10년의 세월과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해 완성했다는 이 거대한 교량을 건너며, 수십 년간 무역과 유통의 현장에서 끊임없이 사람과 시장을 잇는 다리를 놓아야 했던 내 비즈니스의 궤적을 가만히 겹쳐 보았다.
여행의 마지막 밤은 다카마쓰의 한 고즈넉한 전통 료칸에서 맞이했다. 정갈한 다다미방과 세심한 환대. 하이엔드 식자재를 다루는 유통인의 눈을 사로잡을 만큼 정교하고 화려한 가이세키 코스 요리가 상을 가득 채웠다. 여기에 시코쿠 최고의 명주로 꼽히는 '킨료(金陵)'와 '츠카사보탄(司牡丹)'을 차례로 곁들였다. 입안에 부드럽게 감기는 맑은 물과 쌀의 완벽한 조화. 섬과 바다를 넘나들며 내달렸던 고독한 여행자의 마지막 밤이, 깊은 풍미의 사케 한 잔과 함께 더없이 완벽하게 저물고 있었다.


[턱시도의 여행수첩 : 세토 내해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바닷길]
시코쿠와 혼슈 사이의 고요한 바다, 세토 내해를 건너는 방법에는 상징적인 두 개의 바닷길이 있습니다. 에히메현과 히로시마현을 잇는 '시마나미 해도'는 6개의 다리로 섬들을 연결하여 다도해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반면, 카가와현과 오카야마현을 잇는 '세토 대교'는 1988년에 개통된 총길이 13.1km의 세계 최장 2층 구조 교량입니다. 위층은 자동차가, 아래층은 열차가 달리는 이 거대한 토목공학의 결정체는, 과거 배로만 닿을 수 있던 고립된 섬 시코쿠를 일본 본토와 완벽하게 연결해 준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1. 시마나미 해도.jpg
1. 세토대교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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