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린이는 자율주행이라는 말에서 자동차가 운전을 안 해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 그 이상을 상상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이 기계를 조작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발달 수준이 구분된다. 자율주행도 단계가 있다는 얘기다.
또 자율주행은 단순히 자동차가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기술(IT)이 집약돼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이다. 차린이와 함께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자율주행이란 운전자가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정밀한 지도, 위성항법시스템(GPS) 등 차량의 각종 센서로 상황을 파악해 자동차가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가술을 말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0부터 레벨5까지 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라 나뉜다. 0레벨은 비자동화 단계로 운전자가 차량 제어를 전부 수행한다.
레벨1은 운전자 보조 단계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하고, 시스템이 조향 또는 감·가속 중 하나만 수행한다. 레벨2는 부분 자동화 단계다. 운전자가 운전을하고 시스템이 조향 및 감·가속 모두 수행한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는 레벨2에 해당한다. 사실 여기까지는 자율주행이라고 부르기도 조금 민망하지 않나 싶다.
레벨3부터가 진짜다. 조건부 자동화가 시작된다. 레벨3은 시스템이 전체 주행을 수행하고 비상 상황 시 운전 제어권을 운전자에게 넘긴다. 레벨3부터는 시스템이 스스로 앞차를 추월하거나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할 수 있다.
레벨4는 고등 자동화 단계로 운전자의 개입이 불필요해진다. 시스템이 전체 주행을 수행하는 것은 레벨3과 같다. 다만 레벨4는 비상 상황이나 위험 상황 발생 시에도 시스템이 안전하게 대응해야 한다.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없다.
레벨5는 완전 자동화돼 사람이 타지 않아도 움직이는 무인 자동차 단계다. 모든 도로조건과 시스템이 판단해 스스로 운전한다.
자율주행은 자동차 주변환경을 인식하는 것이 먼저다. 센서나 GPS, 레이더, 카메라, 라이다(LiDar)가 주변환경을 인식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에 더해 셀룰러-차량·사물통신(C-V2X) 기술은 이동통신망을 통해 차량과 차량, 차량과 보행자, 차량과 인프라 간 정보를 공유해 주변을 인식하고 사고를 예방한다.
이렇게 수집한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필요하다. 지난 차린
이톡에서 언급했던 세계최대 컴퓨터 그래픽 처리 장치(GPU) 업체 엔비디아가 잘 하는 일이 바로 이거다.
엔비디아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자율주행 기능에 사용되는 차세대 칩과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고 차에 탑재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다임러가 지적 재산을 외부 기술 회사와 공유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자율주행에서 정보기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클라우드도 필요하고, 이를 분석할 빅데이터 기술도 필요하다. 그리고 앞서 처리된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줄 초저지연 특성의 5G 기술은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수집된 데이터와 딥러닝을 기반으로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필요하다.
코트라(KOTRA)는 자동화가 시작되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일반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는 약 200~300개로 약 7배 많아지는 셈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정보기술의 집합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테슬라의 주행보조 기술은 레벨2.5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레벌5에 근접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량생산은 아직 레벨3도 못간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레벨2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22년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양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테슬라와 현대자동차 등이 출시할 자율주행 자동차가 언제쯤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가 데이터로 움직인다는 것은 확실하다. 관련 업계가 자율주행 관련 규제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련 규제도 잘 풀어가야 하는 이유다.
차린이는 '데이터'를 타고 도심을 드라이빙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