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그런 보도자료가 나갔다고요? 저희는 처음 듣는 일입니다."
23일 온라인쇼핑협회(협회)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게임법 전부개정안)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에 규모가 큰 온라인 쇼핑몰 두군데에 연락을 해보니 두곳 모두 '금시초문'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회원사들도 잘 알지 못하는 보도자료에는 게임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담고 있었는데요. 산업에 대한 진흥없이 규제만을 일삼고 있어, 최근 유통업계와 게임산업의 활발한 교류가 자칫 규제로 막힐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최근 유통업계와 게임사들이 활발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협회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의문점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개정안을 제대로 살펴보고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인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우선 온라인쇼핑협회는 제67조 제1항 제7호, 2항이 '표현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수범자가 규제 대상을 특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미 이법의 경우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상위법안이 있기에 이번 개정안으로 더 규제가 심해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물로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광고물을 설치 또는 게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을 문제 삼았지만, 이 역시도 이번 개정안이 아닌 원래 있었던 법안이었기에 이제와서 협회가 이런 문제를 제시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죠.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협회의 보도자료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한 이상헌 의원실 역시 같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협회는 보도자료 말미에는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비영리 민간경제단체로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네이버, 쿠팡, 티몬 등이 가입돼 있다'고 표기했습니다. 누가 봐도 이번 보도자료들은 이들의 의견을 담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동의도 없이 이번 오류 투성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만든 장본인은 '아이템베이'입니다.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사이트인 아이템베이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로 자신들의 시장이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해 다른 온라인쇼핑업체 동의 없이 이런 일을 벌인 것입니다.
협회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회원사들도 알지 못하는 이런 보도자료를, 아이템베이 말만 믿고 내보낸 것입니다. 결국 협회는 보도자료를 올린 언론에게 전화를 돌려 "기사를 내려달라"고 읍소하고 있습니다. 촌극이 따로 없습니다.
이번 사태가 황당한 이유는 아이템베이가 자신들의 의견을 전하기 위해 아무 상관 없는 온라인 쇼핑몰의 이름을 빌려, 그들의 동의도 없이 이런 큰 일을 벌였다는 사실입니다.
아이템베이는 '확률형 아이템'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희귀 아이템이 거래되는 사이트이기에 게임사와 '이'가 같죠.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면 아이템베이 역시 게임사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이름을 도용(?)당한 온라인 쇼핑업체들의 '게임'에 대한 시선이 더욱 좋지 않아질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당당하게 이름을 내놓고,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부끄러운 일인가요?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한다면 확률형 아이템은 더욱 부정적인 이슈로만 소비될 것이 자명합니다. 이렇게 밖에 자신들의 의견을 내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지난해 12월에 발의된 법안입니다. 이제 막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절차를 거치고 있습니다. 법안심사소위 이후에도 법사위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습니다. 법안심사소위도 일사천리로 통과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회에서도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즉, 게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이 반영될 시간이 충분합니다. 이상헌 의원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게임산업협회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있고, 게임사들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견을 이미 전한 바 있습니다.
아이템베이는 무조건 이번 법안을 막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습니다. 법안을 막기 위해 혈안이 돼, 잘못된 과정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전하는 일은 게임산업 전체에도 악영향입니다. 본인들의 의견을 전할 제대로 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은 아직 있습니다. 제대로 된 소통으로, 투명한 과정으로, 부끄럽지 않은 방식으로 이번 난관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