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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Mar 09. 2021

대구 메리어트 호텔에서 로봇을 만나다

[가봤다]

"지니야, 생수 갖다 줘." 


말 한마디에 인공지능(AI) 호텔 로봇이 문 앞으로 직접 생수를 배달해주는 시대다. 생수 요청부터 호텔 문 앞 배달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 이 모든 과정이 사람 도움 없이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지난 6일 기자는 올해 초 대구에 문을 연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에 방문했다. 첫 메리어트 계열 'KT AI 호텔'을 체험해보기 위해서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는 글로벌 호텔 체인인 '아코르(Accor)', '하얏트(Hyatt)'에 이어 호텔 내 AI 서비스가 도입된 레지던스다. KT AI 호텔은 올해 1월 기준 총 35개 호텔, 7200여개 객실에 도입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족'이 늘고 있다. 하지만 호텔도 완벽한 코로나19 방역 지대는 아니다. 완벽한 호캉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언택트' 서비스가 얼마나 잘 갖춰졌는지가 관건이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에 적용된 '기가지니 서비스'와 'AI 호텔 로봇'이 언택트 서비스를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는지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기가지니 서비스 객실 내 사용 가능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에 설치된 KT 기가지니 서비스 모습. /사진=김경영 기자


먼저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에는 '기가지니 서비스'가 설치돼 있었다. 호텔 문을 처음 열고 들어가자 '기가지니 사용법을 알려드릴게요.'라는 안내음성이 들렸다. 침대 옆에 놓인 기가지니 태블릿에는 '지니야, 최신 음악 들려줘', '지니야, 와이파이 비밀번호 알려줘', '지니야, 티비 켜줘' 등과 같은 기가지니 호출 가이드 문구가 떠있었다. 


화면에 나와있는 가이드대로 직접 말을 건네 봤다. "지니야, 불 다 켜줘." 몇 초 지나지 않아 방 안의 불이 다 켜졌고, 기기지니가 "전체 조명을 켰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제법 말을 잘 알아듣는 듯 했다. 이어 "커튼 좀 쳐줘."라고 부탁하니 "아직 지원되지 않는 기능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직접 '0'번을 눌러 호텔 프론트 데스크와 전화하지 않아도 기가지니 하나로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주고, 기가지니의 인공지능 음성명령을 통해 객실 조명이나 가전을 제어하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메리어트 호텔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와 사우나를 다녀온 후, 푹신한 호텔 침대에서 맥주 한캔을 마시다 문득 지니를 부르고 싶어졌다. "지니야, 신나는 노래 틀어줘"라고 말을 건네니 최신 인기곡이 흘러나왔다. 호캉스의 즐거움이 두 배로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프론트 데스크 전화하지 않아도 로봇이 '띵~동'

AI 호텔 로봇을 호출하자, 기가지니 태블릿에 위와 같은 문구가 뜬다. /사진=김경영 기자


저녁 7시. 생수가 떨어져 AI 호텔 로봇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KT AI 호텔에 포함된 'AI 호텔 로봇'은 KT가 지난 2019년 12월 선보인 AI 로봇이다. 기가지니 태블릿를 이용해 터치 몇 번으로 AI 호텔 로봇을 호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용품 배달을 위해 호텔로봇이 출발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이어 5~6분 가량 지나자, 기가지니 태블릿에서 "객실 문 앞에 호텔 로봇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와 음성이 흘러나왔다. 객실 문을 열어보니 약 1m 가량 높이의 AI 로봇이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의 호텔용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객실번호를 입력해주세요."


객실번호를 입력하고 나니 AI 로봇이 "요청하신 호텔 용품이 맞으신가요?"라고 물어봤다. '네'를 선택하자, 로봇 앞면의 문이 열리면서 생수 2병이 나타났다. 생수 2병을 꺼내자 서비스 만족도 평가를 하는 창이 뜨고, 자동으로 로봇의 문이 닫혔다. 

KT AI 호텔로봇이 가져다 준 생수를 꺼내는 모습. /사진=김경영 기자


호텔용품 배달 소요시간은 평균 '5분'이다. 길어도 10분 이내에는 배달이 완료된다. 또 서비스는 24시간 내내 호텔에서 선택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1일 최대 딜리버리 서비스 제공 횟수는 약 140회에 달한다. 


특히 AI 호텔로봇은 로봇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사람 등 장애물을 스스로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사람이 지나가거나,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AI 로봇은 스스로 멈췄다. 또 엘리베이터 서버와 연동을 통해 로봇이 직접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스스로 승하차까지 할 수 있었다. 임무 완료 뒤에는 충전스테이션으로 자동 복귀해 셀프 충전하는 게 특징이다. 


KT 관계자는 "호텔 투숙객이 수건, 생수 등 편의용품을 요청하면 공간맵핑과 자율주행 등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로봇이 찾아와 배달해준다"며 "직원의 단순노동 시간을 줄여 서비스 품질과 호텔 운영업무 효율성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에서 직원들이 KT AI 호텔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사람도 그렇듯 AI 로봇도 가끔 실수를 한다. 사실 기자가 AI 로봇을 처음 호출했을 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로비 층에서 출발한 AI 로봇이 기자가 투숙 중인 9층까지 올라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다시 원래 충전 장소로 돌아오는 오류가 발생한 것. 하지만 1시간 내 오류가 해결됐고, 이후에는 AI 로봇 작동에 문제가 없었다. 


기가지니를 불렀을 때 발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났다. 노래 제목을 잘못 인식해 다른 노래를 재생하기도 하고, 다른 TV 채널을 틀어주기도 했다. 아직은 호텔의 AI가 학습된 문장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알아듣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에서 기자가 호출한 KT AI 로봇이 임무 완료 후 스스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김경영 기자


AI 전문가들은 호텔 로봇이 투숙객에게 객실 내 리모컨을 찾거나, 프론트 데스크에 전화해야하는 등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호텔 직원 대신 AI가 고객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되면서, 작동 오류를 일으킬 시 투숙객들에게 다소 불편함을 줄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송재호 KT AI/DX융합사업부문장(부사장)은 "코로나19로 호텔에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가운데, KT AI 호텔 디지털 혁신 솔루션이 특급호텔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KT는 AI B2B 솔루션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호텔 업계에 차별화된 서비스와 편의성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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