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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Mar 16. 2021

지속 가능한 미래, '순환경제'에서 답을 찾아라

[탄소중립과 혁신] (3)

박지영 뉴욕주립 버팔로대학교 교수



작년 겨울, 제5회 국제공공주택포럼이 서울주택토지공사 주관으로 서울에서 열렸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이 포럼은 온·오프라인 형식으로 열렸고,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노력을 유튜브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이날 발표된 사례들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의 공공임대주택을 관할하는 파리아비타(Paris Habitat)의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적용 사례가 인상 깊었다. '보브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사업은 공공교통기관과 협의해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열을 지상에 위치한 오래된 공공주택의 난방에 활용한 사례다. 해당 사업의 규모와 도전적 정신,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미래를 설계하고 직접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순환경제의 기본적인 개념은 순환적 형태의 자원 활용을 지향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현재의 경제 및 산업 시스템이 제품 생산에서 판매, 소비에 이른 뒤 쓰레기로 버려지는 일방향적 과정인 것과 달리, 순환경제는 소비된 뒤 다른 형태로 변형하거나 재활용해 다시 생산품의 형태로 바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학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순환경제를 활용한 비즈니스의 경우, 단순한 자원 재활용을 넘어 일단 만들어지고 사용된 물건 혹은 인프라에 대해 새로운 경제가치 창출을 이끌어내는 '순환성(circularity)'을 기본으로 한다. 이는 파리협약 등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학적 개념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순환적 디자인, 정보의 '디지털화'부터 시작


순환경제 개념도 / 사진 = 삼성전자 뉴스룸


이러한 순환경제의 요점은 '순환'과 '경제'라는 크게 두 가지의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자원과 제품 사용에 관한 순환적 디자인과, 순환 이후 제품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말한다.


첫 번째, 순환적 디자인의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자원과 제품의 전 주기적 사용과정을 미리 계획하고 설계해 추후 이 자원과 제품이 어떻게 변모되고 활용될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안해야 한다. 이런 순환적 디자인 설계는 자원의 정보와 제품에 들어간 부품의 정보를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작업이 필수다.


특히 건축물이나 인프라의 경우 들어가는 부품적 요소가 상당한 만큼 이런 부품 요소들의 정보 관리는 순환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 전통적 경제방식에서는 이런 입력 정보 관리가 전혀 되지 않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어떤 요소들이 건물이나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 지, 혹은 관리되고 있는 지에 대해 알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요소의 내구성 및 재활용 가능성은 생각조차 할 수 없어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환경오염을 유발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는 이런 제품의 입력 정보 관리를 막대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 데이터베이스(DB)화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부품의 활용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산업 연결 시스템을 고안할 수 있다. 따라서 순환적 디자인의 첫걸음은 제품의 입력 정보 관리를 디지털화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시작된다.


단순 재활용 넘어선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



두 번째, 순환경제는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 이는 순환된 이후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오래됐지만 아직 망가지지 않은 TV를 재활용하기 위해 깨끗이 정비해 재판매하는 것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런 단순 재판매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부분에서 경제적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정비를 위해 들어간 시간과 비용, 또는 제품 판매를 위한 공간 임대료 등 총비용 측면과 이를 단순 재판매했을 때 얻게 되는 총수익을 비교할 때, 경제적 부가가치를 가지려면 비용 대비 수익이 1을 넘어야 한다. 여기에 사용된 시간과 다양한 비용적 요소들의 기회비용, 이들을 다른 경제적 활동에 사용하게 됐을 때 얻게 될 기대수익까지 고려해야 한다. 만약 이 기회비용이 현재 재활용을 하기 위해 사용되는 시간 및 비용보다 크다면, 단순 비용 대비 수익 이상의 추가적인 수익까지 고려돼야 경제적 부가가치가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단순 재활용으로는 이런 기회비용까지 고려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즉 순환경제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단순 재활용을 통한 재판매 이상의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 소개한 지하철 열의 활용 사례처럼 재사용되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내거나, 오래된 역사적 빌딩에 들어가 있는 다양한 부품들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미술작품으로 만드는 등 새로운 브랜드로 제품화하는 비즈니스들이 이에 해당된다.


순환경제, 환경 부담 없이 경제를 지속하는 방법


이런 순환경제의 속성이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한 이유는 더 이상의 추가적인 자원 사용이나 물건의 생산 없이도 경제적으로 가치를 창출해 더 이상 쓰레기 배출이나 환경오염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순환성에 바탕한 경제적 가치창출을 통해 지구에 더 이상의 환경적 부담을 주지 않고도 우리 경제가 현재처럼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1·2차 산업혁명을 통해 발전돼 온 산업적 성장모델과 경제적 가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바탕했고, 이는 제품 생산을 위해 자원을 쓰고 이를 쓰레기나 환경오염으로 배출시켜 버리는 일방향적 진행이었다. 일반적으로 수익은 판매액에서 비용을 제한 것으로 비용에는 노동과 자본이 투하되며, 특히 단기적으로는 도시노동자의 임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장기적으로는 자본 투하를 통한 시설 자동화로 임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전통적인 수익창출 방식이었다.


그러나 순환경제에서는 전통적 측면의 비용이 고정되어 버린다. 대신 노동과 자본은 제품의 순환을 위해 필요한 형태로 추가되고, 이를 위해 판매 부문에 있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즉,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들어와 전통적으로 존재하고 있던 산업들 간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줘야 하고, 대신 판매액을 최대화해 추가비용을 만회할 수 있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순환경제 시대의 소비자는 대량생산을 통해 공급된 동일한 형태의 제품에 대한 소비를 추구하는 대신, 이미 전 지구적으로 충분히 보급된 자원의 활용을 통해 개인성과 다양성을 존중받는 개별 소비자로써 소비의 중심에 서게 된다.


순환경제의 시작은 '디지털화'와 '상생'에 있다


이미 우리 삶은 창의적 경제활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세상에 진입했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품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해 판매액을 증대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 이에 우리의 창의적 노력은 지구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우리의 삶을 영속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지속가능성에 쏟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도시 성장 역시 배후의 농촌을 포함한 비도시 지역으로부터의 물·공기·식량·에너지 등의 막대한 지원 속에 비용의 최소화를 통해 가공된 제품을 판매해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도시 성장의 그늘에는  쓰레기와 환경오염, 높은 밀집도로 인한 높은 범죄율과 가혹하리 만큼 높은 주거밀집도, 그리고 치열한 경쟁 속에 나타나게 되는 심각한 불평등적 요소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순환적 경제가치 창출은 한 제품의 생애주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다른 산업이나 다른 지역 등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를 고려해야 하는 속성상 전 지구적 협업이 필수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더욱 가속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연계사회로의 진입과 결합될 때, 이러한 순환적 경제가치 창출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디지털을 통한 초연계사회는 개인성에 바탕한 자율과 이들의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질서를 잡아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같이 움직이며, 경쟁이 아니라 상생이 주요 가치가 되는 세상이다. 


즉, 순환경제의 시작은 디지털화이고 그 가치는 상생에 있다. 비도시 지역의 희생으로 성장한 도시적 개념으로부터 탈피해 비도시 지역과 도시 지역 모두가 더불어 살고 지역적 불평등을 없애 지역균형이 달성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지구를 보호하면서 공동체가 함께 정의를 실현하도록 하는 순환경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미래 발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동시에 추진하고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전통적 경제접근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크나큰 함의를 가진다고 하겠다.


<Who is>박지영 뉴욕주립 버팔로대학교 교수


박지영 교수는 자연 재난 및 인적 재난과 관련한 정량적 평가를 최적화하는 응용계량경제모형과 경제모형의 개발, 이를 도시계획분야의 토지와 교통모형으로 확장하는 연구를 통해 각종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국가 및 전지구적 차원의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연구에 매진해 왔다. 최근 연구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과학기술 분야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미래 경제구조 변화를 추정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사회적 이슈들을 정량화하는 통합적 모형개발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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