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9일, 애플이 첫 아이폰을 공개했다. 중원의 강자들은 아이폰에 큰 관심이 없었다. 기껏해야 스티브 잡스가 내놓은 별난 제품 정도로 치부했다.
애플은 첫 목표로 스마트폰 시장의 '1%'를 제시했다. 시장의 40%를 차지한 '맹주' 노키아는 코웃음을 쳤다. 당시 노키아 휴대폰 판매량은 '빅5'로 불리던 기업 중 삼성전자, LG전자, 모로토라, 소니에릭슨 등 나머지 4곳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2인자로 물러난 휴대폰의 원조 모토로라 뒤를 바짝 쫓고 있던 야심가 삼성은 이미 노키아가 앉아있는 '왕좌'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삼성은 "3년 안에 노키아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노키아의 높은 성벽에 균열을 일으킨건 다름 아닌 변방의 애플이었다. 2009년 3분기, 세상에 나온지 2년여 밖에 안된 아이폰 영업이익이 노키아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노키아는 허둥지둥 아이폰 따라잡기에 나섰지만 거인의 움직임은 너무 둔했다. 무너진 성벽 틈으로 물밀듯 밀려오는 스마트폰 혁신 앞에 노키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2009년 한국 시장에 상륙한 아이폰은 삼성전자의 앞마당에서 '옴니아2'를 처참히 누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절치부심한 삼성은 2010년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S'를 내놓으며 가까스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삼성을 제외한 '빅5' 모두 휴대폰 사업을 접거나 5위권 밖으로 서서히 밀려났다. 유일하게 생존한 삼성은 누적 4000만대 판매 기록을 세운 '갤럭시S2'를 앞세워 아이폰과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기 시작했다.
2012년, 노키아를 따라잡겠다 공언한지 5년 만에 삼성전자는 염원하던 휴대폰 시장 왕좌에 올랐다. 다만 새로운 판을 깐 건 삼성이 아닌 애플이었다. 진짜 전쟁은 이제 막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