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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05. 2021

덕질의 최소 단위, 밈(meme)을 아시나요?

[테크M 오리지널]

#요즘 것들의 첨단 덕질#
1화. 덕질의 최소 단위, 밈(meme)


밈(meme) : 문화의 전달단위,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이르는 말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혜안은 놀라웠다. 1976년 그가 유전자를 비유해 만든 단어 '밈'은 40년이 훌쩍 흐른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 물론 의미는 살짝 진화했다. 생물체의 최소 단위에서 문화 전달의 최소 단위로 말이다. 


요즘 대세 문화 '덕질'을 논할 때도 '밈'은 빠지지 않는다. 최애(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순간을 덕질 메이트들과 함께 곱씹기 위해선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필요한 법. '짤'이란 말로 표현되는 사진, 영상, 심지어 유행어까지 무궁무진하다.


우비를 입고, 풍선을 흔들던 시절은 이제 갔다. '무기'라 불리는 둔탁한 응원봉을 흔들던 시대도 이제 가라.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세상을 제패하는 '밈'이 나가신다. 요즘 것들의 첨단 덕질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무기, '밈'에 대해 알아보자.


밈, 덕질의 최소 단위가 되다


지난해 11월 27일,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 멤버 '백현'은 자신의 트위터에 "지역 상관없이 요식업에 종사하는 팬, 혹은 부모님 있나"라는 글 하나를 남겼다. 전국 각지의 팬들은 백현에게 답 트윗을 남겼고, 그 중 트윗 네임 '콩떡'을 쓰는 한 팬은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인데 진짜 진짜 맛있어. 꼭 놀러와, 맛깔나게 만들어 볼게"라고 전했다.


백현은 그의 트윗을 보고 "언제 한 번 갈 거니까 딱 기다려"라며 자신의 휴대폰 메모장을 캡쳐한 사진을 공유했다. 팬이 일하는 버거집 이름과 일하는 시간이 적혀있는 메모였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일종의 밈이 돼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버거집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사진=엑소 백현 트위터(@Baekhyun_EXO)


버거집은 '콩떡버거'라는 애칭이 붙으며 엑소 팬들의 성지가 됐다. 엑소 팬들은 해당 버거집을 직접 찾아가 버거를 먹고 인증사진을 활발히 공유했다. 또한 '콩떡대란', '콩세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등 새로운 밈을 만들어냈고, 이를 본 다른 그룹 팬들도 해당 버거집을 찾아가 인증을 남기는 등 유행이 이어졌다.


기존 문화적 유행은 대부분 기획으로 만들어져 대중에게 각인됐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기획사의 손을 거쳐 탄생한 콘텐츠가 대중에게 전달되고, 대중은 이를 소비하는 흐름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발달되고 SNS로 전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면서 밈이라는 새로운 문화 단위가 만들어졌다. 밈이 유행을 만들어내고, 심지어 기업의 기획력을 뛰어넘는 파급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가상 드라마부터 주접 멘트까지...무궁무진한 '밈'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아닌 평범한 체대생 정국의 부산 여행 브이로그(VLOG,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는 어떨까.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상상의 영역이라 생각하기엔 팬들이 제작한 실감나는 브이로그 콘텐츠가 너무도 많다. 요즘엔 특정 상황을 설정하고 최애 멤버의 여러 영상을 재편집해 가상의 브이로그를 제작하는 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애 멤버를 조합한 캐스팅으로 가상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인기다. 가수 아이유가 출연한 드라마 '달의연인'과 배우 박보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을 엮어 '구르미 그린 달의 연인'을 제작하는 식이다. 편집점을 절묘하게 활용해 실제 방영한 드라마 같은 높은 완성도를 지니는 것이 특징이다. 비슷한 밈으로 가상 합동 무대 콘텐츠도 있다. 같은 곡을 부른 두 가수의 서로 다른 무대를 합동 공연처럼 편집하는 식이다. 

유튜브 '가상 vlog' 검색 화면


또한 일명 '주접 멘트(최애에게 장황하게 말장난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콘텐츠도 밈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 '언니 별로예요, 내 마음의 별로', '아 왜 맨날 똑같은 티만 입어요? 프리티', '어? 어디서 무슨 냄새 안나요? 내 취향', '거품 심하게 꼈네. 언빌리버블', '다 완벽한데 구멍이 하나 있네요. 황홀' 등 기발한 재치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문장들은 빠르게 확산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컨대 '댓글 모음' 콘텐츠에도 주접 멘트는 빠질 수가 없다. 가수의 여러 무대 영상을 하나의 영상으로 교차 편집해 보여주는 콘텐츠에 일종의 자막으로 활용되는 것. 하나의 영상으로 여러 무대를 감상하며, 적재적소에 배치된 주접 멘트를 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인기리에 소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역주행 신화를 일으키고 있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댓글 모음은 유튜브 조회수 1466만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밈과 덕질은 본질적으로 유사"


일명 '덕질 수단'으로 밈이 자리 잡은 것에 관해 전문가들은 두 행위가 본질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지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기호학회가 발표한 '팬덤의 수행성 연구-인터넷 밈과 시민 참여문화' 논문에서는 팬덤의 수행성과 밈의 역동성을 '시민참여형 문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으며 본질적으로 유사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tvn 드라마 '청춘기록' 4화


김민형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는 논문에서 "인터넷 밈은 상호 인지하고 참조하는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가 모방하고 변용하며, 이것이 순환될 때 지속될 수 있다"며 "인터넷 밈의 활력소는 단연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웹툰 등 시각적으로 구현된 대중문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한 밈은 그 자체가 다수의 사용자에 의한 상호텍스트성을 기반으로 탄생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참여형 열린 텍스트에 속한다"며 "팬덤의 생산 방식 및 존재 양식과 매우 유사한 속성을 지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밈은 팬덤의 속성을 명시적으로 재현하며 효과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팬덤의 공통어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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