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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05. 2021

덕질의 '문화 창조'는 놀랍다

[테크M 오리지널] "역주행부터 광고 유치까지"

#요즘 것들의 첨단 덕질#
2화. 덕질의 '문화창조'


팬덤 문화 : 팬덤의 생산적이고 참여적인 문화 실천 양상


요즘의 덕질은 '문화 창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팬덤 문화는 그 자체로도 영향력 있는 대중문화이지만,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덕질의 최소 단위 '밈(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이 대중적으로 퍼지면서 음원차트 역주행이 일어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덕질은 문화계 뿐만 아니라 산업계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의 밈을 광고주와 드라마 제작사에 영업하며 실제 캐스팅까지 성사시키는 등 적극적인 팬덤 활동이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것.


일명 '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의 일치)' 자세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무궁무진하다. 요즘 것들의 첨단 덕질이 창조하는 새로운 문화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자.


밈이 만들어낸 문화, '역주행 돌풍'


아이돌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댓글모음 영상은 최근 가장 화제가 된 밈 중 하나다. 군 위문공연 무대를 여러개 모아 팬들의 반응을 자막으로 넣은 것으로, 140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는 대중의 관심과 음원 차트 역주행으로 이어졌다. 2017년 발매곡 '롤린'은 4년만에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브레이브걸스는 역주행 열풍에 힘입어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 '롤린' 검색화면


롤린의 역주행 열풍으로 다음 주자를 발굴하고자 하는 K팝 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숨은 걸그룹 명곡 모음', '롤린처럼 역주행 해야하는 곡 모음' 등 콘텐츠가 활발히 만들어지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된 아이돌 그룹 라붐은 5년전 발매한 곡 '상상더하기'로 음악방송 컴백을 확정했다. 유튜브 '상상더하기' 댓글 모음 영상은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배우 수지와 박규영 등이 스트리밍 인증샷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하며 역주행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팬이 창작한 밈에 의한 역주행 열풍은 몇 년 전부터 영향력있는 문화로 자리잡아왔다. 가수 양준일은 젊은 세대에 '탑골 GD'라는 밈으로 화제가 됐다. 감각적인 음악과 스타일링이 빅뱅 지드래곤의 모습과 겹쳐진다는 의미에서다. 과거 1990년대 활동 영상이 화제가 되자 기성 미디어에서도 양준일의 근황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9년 JTBC '슈가맨'에 출연해 다시금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덕질이 만들어낸 신흥 '영업 트렌드'


덕질은 광고 및 드라마 등 미디어 산업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와 이미지가 잘 맞는 브랜드가 있을 때 브랜드 홍보팀에 모델 제안을 하거나, 가상 캐스팅을 기획해 드라마 제작사에 영업하는 것 등 다양하다. 포켓몬스터 캐릭터 '꼬부기'를 닮아 '꼬북좌'라는 별명을 지닌 브레이브걸스 멤버 '유정'은 오리온 '꼬북칩' 광고 모델로 최근 발탁됐다. 팬들이 유정의 밈을 홍보팀에 공유하며 적극적인 홍보를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브레이브걸스 유정 인스타그램(@braveg_yj)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여신강림'도 팬들의 가상 캐스팅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연 배우 차은우는 팬들이 기획한 가상 캐스팅에서 남주 역할로 가장 많이 거론됐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캐스팅 작업시 가상 캐스팅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박준화 PD는 배우 박민영 캐스팅에 관해 팬들 사이에서 공유되던 가상 캐스팅을 참고했다고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다른나라에 비해 수용자들의 능동적인 문화 참여가 강한 분위기가 있다"며 "특히 덕질 문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팬들의 영업을 기업에서도 잘 받아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분명해보인다. 덕질 문화의 파이가 많이 커졌고 대중적인 파급력 또한 상당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즘 것들의 신흥 재테크, '덕업일치'


덕질 문화가 성장하면서 일명 '덕업일치' 자세로 수익원을 발굴하는 문화도 형성되고 있다. 포토카드, 시즌 그리팅(각종 굿즈를 세트로 발매하는 것), 슬로건 등을 직접 디자인해 팬들 사이에서 판매하는 제작자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스케줄에 동행하며 고화질 사진을 남기는 일명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들이 주로 굿즈 제작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굿즈가 인기몰이를 해 유명세를 얻게 되면 일명 '네임드' 제작자가 된다. 네임드 제작자들은 매년 수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JTBC 드라마 중에서


팬들은 소속사에서 운영하는 공식 굿즈 판매점보다 홈마가 제작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홈마가 직접 촬영한 희귀한 사진을 활용해 기념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소속사 공식 사진보다 촬영 구도와 보정 작업에 큰 공이 들어가 소장 가치가 높다고 한다. 한 10대 아이돌 팬은 "소장가치가 높은 사진을 활용하기도 했고, 홈마가 만든 제품이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예쁘다. 같은 팬으로써, 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제작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면서 굿즈 제품의 상당수가 초상권, 저작권 침해 소지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마의 사진 촬영 자체가 사전 동의를 얻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수천만원의 높은 수익을 올리는 홈마의 경우 탈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콘서트 현장 사진은 주최측에 초상권이 있어 저작권 침해 여지가 있다. 또 홈마들의 사진은 일상의 순간을 무방비하게 포착하는 경우도 많아 사생활 침해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해당 사진을 활용해 굿즈 판매에 나서는 것도 전자상거래 신고 대상에 해당되는데, 신고하고 영업을 하는 경우는 적다고 알고 있다. 팬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제도적인 보완과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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