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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06. 2021

세탁기에서 TV까지, 소송도 불사한 날 선 신경전

[테크M 오리지널]

#삼성의 라이벌들
마지막화. 가전업계 앙숙 LG전자

삼성그룹과 LG그룹은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양대산맥이자 영원한 라이벌로 꼽힌다. 특히 두 그룹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히나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구도는 최근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며 '가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두 회사는 서로 TV, 세탁기, 냉장고 등의 신제품이 맞붙을 때면 날 선 신경전이 벌어질 만큼 가전시장에서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가전은 LG?


전자사업은 LG그룹이 일찍 시작했다. 1958년 구인회 회장이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 '금성사'를 세운 것이 LG전자의 시작이었다. 지금도 전해지는 '가전은 LG'라는 통념은 금성사 제품의 튼튼한 품질이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50년 만에 다시 LG전자 세탁기 모델이 된 배우 최불암씨 / 사진 = LG전자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1968년 골프장에서 절친이자 사돈이었던 구인회 회장을 만나 전자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얘기를 꺼냈다. 구 회장은 대노하며 자리를 떠났고, 이 때부터 역사적 라이벌 관계가 시작됐다.


이듬해인 1969년 이병철 회장은 오늘날 삼성전자의 전신인 삼성전자공업을 설립해 전자사업에 뛰어들었다. 구인회 회장은 그해 12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결국 전자사업을 두고 멀어진 두 사람 사이는 다시는 회복되지 못했다.


폭발한 갈등…기소·소송·합의 반복


LG전자는 지난해 생활가전(H&A) 사업부문에서 매출 22조2691억원, 영업이익 2조3526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는 물론 미국 월풀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덕을 봤다. 다만 LG전자의 TV사업을 담당하는 HE부문 실적은 삼성전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TV 시장에선 삼성이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 가전 제품들 / 사진 = LG전자 제공


'가전은 LG, TV는 삼성'이란 1등 경쟁 속에 LG전자는 'OLED 대세화'를 통해 TV시장을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고, 삼성도 소비자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에 주력하며 가전시장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다. 어느 한 쪽도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이 펼쳐지다 보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 사 신제품이나 기술을 두고 자주 신경전을 펼쳤는 데, 때론 갈등이 격화돼 소송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두 회사의 반목은 1992년 브라운관 TV 특허권 소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두 회사는 PDP, LED, 3D TV 등 TV 기술이 세대를 넘어갈 때마다 서로의 기술에 대한 논쟁과 공방을 이어갔고, 특히 2012년에는 OLED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논란이 소송전까지 번지며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 손해배상청구 맞소송 등으로 격화되기도 했다.


두 회사는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 신제품 경쟁이 붙을 때에도 매번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다 결국 2014년 국제가전박람회 'IFA'에서 갈등이 폭발했다. 삼성전자는 조성진 당시 LG전자 사장을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 사장이 독일 베를린 가전매장 2곳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했단 혐의였다. 이에 LG전자도 삼성 측을 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맞고소 했고, 해를 넘겨 검찰이 조성진 사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결국 삼성과 LG가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보두 끝내기로 합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싸우면서 큰 두 회사


이후에도 2012년 냉장고 논란, 2013년 에어컨 논란, 2016년 4K TV 논란 등 크고 작은 갈등은 끝없이 이어졌다. 2019년에는 '8K TV' 비방전이 벌어졌다. 'IFA 2019'에서 8K TV 화질을 놓고 시작된 두 회사의 싸움은 광고 비방전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까지 번졌다. 결국 양측이 합의에 따라 신고를 취소하며 일단락 됐지만, 기술 선점을 두고 두 회사의 팽팽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LG QNED TV / 사진 = LG전자


최근에도 LG전자가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명인 'QNED'를 자사 미니 LED TV 제품에 먼저 붙여 출시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이름을 LG전자가 더 낮은 단계의 기술인 미니 LED TV의 제품명으로 써버린 것. 두 회사 모두 미국에서 QNED 상품권을 등록하려 시도했지만, 특허 당국에 의해 나란히 거절을 당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앙숙처럼 보이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벌이며 서로 성장했고, 지금은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1, 2위 자리를 놓고 겨루고 있다. 결국에는 서로의 성장에 좋은 라이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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