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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06. 2021

'갤럭시'의 도전에 애플을 지켜낸 '살림꾼' 팀 쿡

[테크M 오리지널]

#삼성의 라이벌들#
2화. 영원한 맞수 애플


2020년에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지난 10여년 간 지켜온 점유율 20%대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분기별로 보면 2분기에는 중국 화웨이에, 4분기에는 애플에 한 번씩 1위 자리를 내줬다. 그야말로 '위태로운 왕좌'에 앉아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갤럭시 S20'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한 때 5000만대를 성공 기준으로 삼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간판인 '갤럭시 S' 시리즈의 연간 판매량은 3000만대 이하로 내려왔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절치부심 내놓은 '갤럭시 S21' 판매 전망치도 3000만대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반면 애플은 지난해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첫 5G 스마트폰 '아이폰12'로 단 2개월 만에 500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대략 1초에 10대 씩 팔린 수치다. 코로나19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예년보다 한 달 가량 늦게 출시된 영향도 있었다. 제때 나왔더라면 7000만대 이상이 팔렸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여전한 아이폰의 위엄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위상은 최신 제품인 아이폰12를 통해 또 한 번 입증됐다. 5G 모뎀 수급 차질로 삼성 '갤럭시' 보다 5G 도입이 1년 반 가량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교체 수요를 흡수하며 단 두 달 만에 삼성의 연간 5G폰 판매를 추월했다. 별다른 혁신 없이도 계속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12 프로 /사진 = 애플 제공


지난해 코로나19로 고가폰 수요가 급감하자 애플은 구형폰인 '아이폰8'에 '아이폰11'에 쓰인 최신 칩셋인 'A13 바이오닉'을 달아 놓은 2세대 '아이폰 SE'를 출시했다. 특이한 변종임에도 불구하고 저가 아이폰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시기적절하게 자극해 아이폰 SE 역시 흥행에 성공한다.


이런 애플의 행보에는 과거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창업주가 보여준 강렬한 카리스마는 느껴지지 않지만, 얄미울 만큼이나 치밀한 전략이 돋보인다. 애플은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등 내놓는 제품마다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이 제품들은 코로나19 특수까지 더해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고, 이를 발판 삼아 애플 TV, 애플 아케이드, 애플 뮤직 등 서비스 사업 또한 고속 성장 중이다.


이 모든 게 잡스 사후 애플을 시가총액 2조달러(약 2331조원)의 세계 최대 기업으로 만든 '살림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보여준 조용한 카리스마의 결과물이다.


더 없이 무거운 후계자 자리


2011년 8월11일, 스티브 잡스의 전화를 받은 팀 쿡이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투병 중이던 잡스는 쿡에게 애플 CEO 자리를 맡아달라고 했다. 쿡은 이미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직함으로 회사의 경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잡스의 후계자 자리는 무게가 달랐다.


그날 이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10월15일,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수많은 이들의 깊은 애도와 함께, 새로운 애플의 시대를 이끌 수장에게 이목이 쏠렸다. 당시만 해도 팀 쿡이 잡스를 대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이는 드물었다.


팀 쿡 애플 CEO /사진=디미닛 제공


2012년 3월, 쿡은 잡스 사후 첫 키노트에서 '아이패드3'와 '애플TV'를 소개했다. 잡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프레젠테이션에 비하면 쿡의 발표는 어색하고 지루했다. 제품 역시 강력한 성능에도 불구, 혁신 없는 '업데이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엔 애플의 미래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그 해 3분기에는 아이폰 신제품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실적이 보고됐다. 삼성 '갤럭시'를 필두로 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역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아이폰4s'는 야심차게 선보인 '시리'와 '애플맵'이 혹평을 받으며 쿡의 리더십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삼성 '갤럭시 S3'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슬럼프에 빠진 애플을 공략했다.


애플을 세계 최대 기업에 올려놓다


혹독한 취임 첫 해를 보낸 팀 쿡이었지만, 그가 2012년 9월 선보인 '아이폰5'는 애플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 충분했다. 아이폰5는 선주문을 받기 시작한 지 24시간 만에 200만대 이상을 팔아치웠다. 첫 주말 3일간에는 500만대 이상이 팔렸다.


쿡의 지휘 하에 아이폰은 점점 더 잘 팔렸다. 하지만 그만큼 안드로이드의 도전은 더 거세졌고, 성장에 대한 압박도 강해졌다. 쿡은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차이나모바일과 유통 계약을 체결해 2013년 '아이폰5S'와 '아이폰5C'를 내놨다. 팀 쿡의 적극적인 중국 진출은 '신의 한 수'였고, 애플 성장에 다시 부스터를 달아줬다. 팀 쿡은 당시 폭스콘에서 발생한 심각한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잡스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위기관리 능력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팀쿡 애플 CEO / 사진 = 애플


이듬해 쿡은 '스마트폰은 한 손에 쥐고 쓸 수 있도록 작아야 한다'는 잡스의 생각을 뒤집고 대화면의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내놨다. 팀 쿡은 고집스러운 잡스보다 더 유연하고 시장 대처가 빨랐다. 대화면을 앞세워 아이폰의 점유율을 잠식하던 갤럭시는 다시 한 번 역대급으로 잘 팔린 아이폰6 앞에 주춤했다.


2015년 잡스의 입김이 닿지 않은 쿡 체제의 애플이 처음 내놓은 신제품 '애플워치'도 흥행에 성공했다. 이듬해에 선보인 무선 이어폰 '에어팟' 역시 초기 디자인 등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인기 제품이 됐다. 이들 제품을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를 내놓은 잡스처럼 팀 쿡 역시 충분한 혁신 역량을 보여줬다.


이밖에도 애플의 강력한 환경 정책과 제품 프라이버시 강화, 교육에 대한 투자, 애플 내부의 다양성 확대도 팀 쿡의 리더십 하에 이뤄졌다. 지난 2018년 애플은 사상 최초로 시총 1조달러을 돌파한 기업이 됐고, 이어 2020년 미국 상장사 가운데 최초로 시총 2조달러을 돌파했다.


삼성의 비장의 무기, 폴더블폰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지만, 영업이익에선 애플을 이겨본 적이 없다. 갤럭시 스마트폰에게 아이폰은 늘 넘어야 할 산이었다. 삼성은 지난 10여 년 간 갤럭시 스마트폰을 통해 애플에 여러 번 위기를 안겨줬지만, 여전히 아이폰은 단일 기종으론 최고의 스마트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위로 아이폰과 경쟁하는 사이, 중국 제조사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 무역제재로 화웨이가 퇴출 수순에 이르자,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잠룡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샤오미는 화웨이를 제치고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에 올랐고, 오포는 중국 시장을 평정하고 글로벌 무대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과, 중저가폰 시장에선 중국 제조사들과 맞붙은 삼성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갤럭시 Z 폴드2'와 '갤럭시 Z 플립 5G'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삼성에게는 아직 비장의 무기가 남아있다. 바로 시장 선점에 나선 '폴더블폰' 분야다. 폴더블폰은 아직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패러다임이 바뀌면 삼성이 '퍼스트무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 선도자 애플을 부단히 쫓아다녔던 후발주자 삼성 입장에선 포지션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애플이 폴더블폰을 내놓는 건 빨라도 2~3년 후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은 올해부터 폴더블폰 라인업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갤럭시 노트' 시리즈 출시도 취소하고 폴더블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폴더블 대세화를 통해 삼성이 애플이란 산을 넘을 수 있을 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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