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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08. 2021

[테크M 오리지널] 게임주로 웃은 아재 3명의 이야기

#게임주로 부자되기#
1회. 해답은 늘 우리 주변에


근로소득이 무의미해지는 시대, 달러로 대표되는 법정화폐가 강물처럼 넘치는 '코로나 팬데믹'. 이보다 한발 앞서 '판교의 원석'을 캐낸 일상의 '위너'들이 있었다. 모두가 5년전부터 '택진이형'의 미래에 올인한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이들처럼 사고 팔고, 무한 반복 속에 나름의 소소한 부를 쟁취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유동성 시대에 모두가 주식으로 쉽게 돈을 번다고? 그렇지 않다. 바이오와 마스크 등 코로나 테마주에 물려 신음하는 이들이 수만명이다. 서울시장을 두고 '홀짝'을 벌이며 아슬아슬한 테마주 줄타기에 오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게임주로 부를 이뤄낸 이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그들도 나름의 고뇌가 있었을 터. 


#서울에 집을 사고팠던 흙수저, 모범생형


때는 바야흐로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강타하고 지구가 멸망할 듯, 주가가 무너져 내릴 때 대기업 A사에서 근무하던 30대 B씨는 생각했다. "감기로 세상이 무너지진 않을꺼야." 

사진 = 영화 '더 머니'


명문대를 졸업하고 일찍부터 대기업에 입사한 B씨에겐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2억원 가량의 현금이 있었다. 남들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우량주에 묻어뒀다면, B씨는 다르게 생각했다. 밖에 나갈 수 없으니 '모바일 콘텐츠'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무엇보다 그는 익숙한 게임을 택했다. 그런데 엔씨소프트는 너무 비쌌다. 당시에도 주당 가격이 70만원을 호가했다. 그렇다고 '개잡주'를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B씨는 과감하게 주당 9만원선을 맴돌던 넷마블에 배팅했다. 서서히 글로벌에서 몸집을 불리던 방탄소년단(BTS) 효과도 계산한 선택이었다. "넷마블은 올해 쉽지 않을 걸"이라며 게임산업을 취재하는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심히 증권사 리포트를 탐독,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사진 = 넷마블


사실 기자친구의 말처럼 넷마블은 게임 쪽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넷마블이 투자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등이 IPO를 이뤄내고,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넷마블의 투자이익을 주목해야한다는 증권사 리포트가 10여개를 넘어서며 그의 직감은 확신으로 변했다. 


가을이 되자 넷마블은 B씨에게 100%에 가까운 수익을 안겨줬다. 2020년 하반기에 접어들며 넷마블의 주가는 주당 20만원을 터치했고, 그는 차익을 모두 실현했다. 그리고 당당히 영등포구 모처에 아파트를 매입하며 2021년 4월까지 해피엔딩을 만끽 중이다. B씨는 여전히 유동성이 얹어진 콘텐츠의 힘을 믿고 있다.


요즘 사들이는 게임주를 다시 물으니 또다시 "넷마블"이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신작 출시 한달을 잘봐둬야해. 4월은 웹젠, 컴투스, 5월은 엔씨소프트를 담을꺼야. 넷마블은 다음주가 신작 간담회지? 지금 바닥이야." 믿거나 말거나.    

야근하는 게임사 직원들의 모습 / 사진 = 테크M 편집국

# 원래 금수저, 그런데 빨대형


30대 C씨는 학창 시절부터 책이 싫었다. 공부도 싫었고, 뉴스를 보는 것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았다. 다행히 집안 형편이 넉넉해 여유롭게 자랐다. 그런 그에겐 특히 친구가 많았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 게임을 하며 지냈고, 결국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했다. 집앞 PC방 이름은 '로가'. 그의 입에는 늘 "로가로 가"가 붙어 있었다. 


대신 부모님은 판교 일대에 식당을 하나 차려 주셨다. 그런데 함께 게임을 즐기던 친구 중 한명이 '블루홀'이라는 게임사에 들어갔다. 그의 친구는 직장종료들과 C씨의 식당을 자주 찾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의 인기를 실감하게 됐다. 


크래프톤으로 이름을 바꾼 블루홀 직원들은 무엇보다 야근을 피하지 않았고, 필사적이었다. 이를 가까이서 바라보던 C씨는 다른 것은 몰라도 크래프톤이 열심히 뻗어가는 기업이라는 점은 알게 됐다. 모두가 배틀그라운드를 알게 될 즈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나왔다. 


그 시기, 우연이었다.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찾아온 것은, 당시만해도 기회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부모님이 맡기신 돈을 굴리기 위해 지인의 소개로 찾은 'XX 자산운용'의 테이블에 앉자마자 직원은 크래프톤을 권했다. 상장도 되지 않은 주식을 미리 살 수 있다는 얘기가 솔깃했던 C씨는 크래프톤이라는 얘기에 더 묻지도 않고 3억원을 맡겼다. 


지난 2020년 3월 당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약 3조원대. 그는 3조원 벨류에이션으로 XX 자산운용을 통해 당당히 크래프톤의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장외 기준 20조원. 상장 후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자 C씨는 식당일을 손에 놔 버렸다. 그는 이제 식당이 아닌 '로가'에서 산다.  

사진 = 크래프톤

# 외로운 귀동냥형, 남은건 직감뿐  


50대 후반의 아재, 원치 않았지만 결국 비혼주의자가 된 D씨. 주변 친구들이 늦둥이 자녀들과 '집콕'을 즐길 때, 그는 홀로 긴 시즌의 넷플릭스 드라마를 택한다. 


일찍부터 귀동냥으로 정보를 모아, 중소 게임주로 수억원의 돈을 만진 D씨. 그렇게 어렵사리 구매한 작은 아파트가 그의 보금자리다. D씨의 주식 매수 전략은 오로지 귀동냥이었다. 친구들을 따라 사던 버릇은 40대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그에게 많은 정보를 주던 친구들이 다 주변에서 사라져버렸다. 다들 가정과 직장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느라 바빴을 터, 결국 D씨는 나홀로 판단한 엔씨소프트를 무리하게 매입, 덜컥 물려버렸다. "150만원까지 갈꺼야"라는 리포트를 쓴 연구원의 이름 석자를 D씨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대뜸 튀어나온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진 = 데브시스터즈


D씨 주식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눈이 많이 내리던 2월 즈음. 외로운 출근길에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쿠키런:킹덤'을 하던 모습을 보며 D씨는 생각했다. 왜 다들 모여 저것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리니지M은 분명히 아니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데브시스터즈라는 망하기 직전 느낌의 작은 게임사를 찾아냈다. 수년간 긴 나락을 걷던, D씨의 인생을 닮은 데브시스터즈의 차트는 그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당시 주가는 1만원대 후반, 무려 5년간 데브시스터즈는 어둠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가 소소하게 넣은 1억원.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5억원으로 불어나는 주식계좌를 보고 D씨는 다시 청년의 뛰는 심장을 느끼고 있다. 다운로드 수만 1000만회를 기록, 이제 '쿠키런:킹덤'은 당당히 국민 게임의 대열에 합류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10만원을 채 못보고 차익을 실현했다는 것. 그는 지금도 출근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상을 바라본다. 



혁신가들의 놀이터, 테크M에서 관련 정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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