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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13. 2021

카카오페이 개발자들이 공부방에 모인 이유

[템터뷰]

카카오페이 '익혀서 남주는 모임'...퇴근 후에도 스터디
개인 역량 강화 + 실서비스에 대거 적용
수평적 문화의 힘...韓 최고 개발자 욕심 묻어나

카카오페이 FE개발 2팀장을 맡고 있는 벤(왼쪽부터)과 클로이, 에릭 / 사진 = 카카오페이


"나 혼자만 레벨업? NO! 우린 함께 모여 레벨업!"


한글 대신 영어 이름을 쓰는 등 수평적 업무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카카오페이에 때아닌 공부방이 열려 판교 테크노밸리가 시끌시끌하다.


모두가 퇴근 후 저마다 '워라벨(업무와 삶의 균형) 살리기'에 여념이 없을 때, 카카오페이 직원들은 서로 모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자발적 '야자'가 한창이기 때문. 나이 지긋한 부장님이나 임원진의 명령도 아니다. 모두 젊은 'MZ 세대' 개발자들이 자청한 일이다. 카카오의 대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함께 모여 레벨업'이다. 


잘 나가는 카카오페이, 이유 있었네..."FE 개발자는 열공중"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페이에서 화제의 인물들을 만났다. 이들은 무려 퇴근 후 '공부방'을 연 카카오페이의 개발자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 카카오페이 서비스의 '대문'을 뜻하는 프론트엔드(FE) 개발자라는 것.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 답게 실력 만큼은 최고 수준인 이들이, 퇴근 후에도 머리를 싸매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수년전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구글의 개발자들이 떠올랐다. 이들에게 주 52시간 근무란 없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연륜이 묻어나는 팀장님이 아니라 바로 에릭(박병현, Front End 개발1팀, 주식파티)이었다. 공부방의 방장은 팀장님이 아닌 30대 개발자 에릭. 이과 계열이 아닌 문과 출신인 에릭은 지난 2019년 카카오페이에 합류했다. 배움이 고팠던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익혀서 남주는 모임'을 만들었다. 퇴근 후에도 개발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단지성을 모은 것. 퇴근 후 공부하자는 말이 싫을 법도 한데, 약 20여명에 이르는 카카오페이 FE 개발자 대부분 에릭의 이같은 외침에 응했다.

카카오페이 내 '익혀서 남주는 모임'을 이끌고 있는 개발자 에릭 / 사진 = 카카오페이


에릭은 "지난해 카카오페이는 기능조직에서 목적조직으로 조직개편을 진행, FE 조직에서 각자 맡은 미션에 포커스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목적조직으로의 변경을 통해 협업을 잘 할 수 있게 됐지만, 개발자 소통은 거리가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부분들이 아쉬웠고, 각자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배우고 익히는 부분을 같이 공유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모임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퇴근 후에 같이 공부하자는 에릭의 제안에 누군가는 자청해서 실패담을 공유했고, 어떤 이는 성공담을 알리기 위해 수시간을 들여 어려운 신기술 관련 발표자료를 직접 만들었다. 모두가 퇴근 후에도 이같은 잔업을 자청했다. 다른 국가 기업들의 사례를 참조하기도 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직접 테스트해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카카오페이 FE 개발진들의 시야가 달라졌다. 


이에 대해 에릭은 "실패해도 손가락질하지 않는 조직, 이것이 곧 카카오페이의 힘이고 실패의 공유도 많은 배움을 주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호응한 것 같다"면서 "요즘 새로운 기술은 정보의 홍수 속을 직접 찾아야 해서 어렵기 때문에,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것들을 먼저 경험한 분들이 제시를 해주시니 다들 좋아해 주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거쳐 카카오페이 FE개발 2팀장을 맡고 있는 벤 / 사진 = 카카오페이


공부방의 덕을 봤다는 개발자가 늘어나자, 2030세대 뿐만 아니라 FE 개발조직을 이끄는 조직장 또한 공부방을 찾았다. 삼성전자를 거쳐 카카오페이에 합류한 벤 FE개발 2팀장(이영빈 팀장)은 "직원들끼리 소모임을 진행하고 스터디 하는 것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겹치다 보니 오프라인 모임이 활성화하기 어려웠다"면서 "그 와중 에릭이 이런 모임을 개설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자들까지 합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평적인 문화의 힘도 있지만 특히 카카오페이 FE 개발자들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 학습 욕구가 뜨겁다"면서 "일을 하면서 학습하기에는 부족한 상황들이 많으니, 이런 모임을 통해 그런 것을 채워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서비스 역량에서도 덕을 보자, 이들은 카카오페이 FE를 넘어 외형 확장을 꿈꾸고 있다. 벤은 "이런 모임을 시작으로, 공동체 내로 확장을 하게 된다면, 전체 공동체 개발자 역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지금 우선은 생각만 갖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 트렌드 학습 욕구는 모든 개발자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의 펀드/P2P 등 투자서비스 FE를 개발 중인 클로이 / 사진 = 카카오페이



"배워서 남주랴" 스터디 효과 톡톡...개인+카카오페이 역량 '쌍끌이'


'익혀서 남주는 모임'의 열혈회원인 클로이(김윤선, FE 개발1팀 ) 또한 지난해 경력 공채로 카카오페이에 합류한 이후, 펀드/P2P 등 투자서비스 FE 개발 과정에서 스터디 효과를 톡톡히 봤다.


클로이는 "산업 트렌드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특히 개발자는 시간을 많이 쏟아야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개인의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하며, 무엇보다 이 모임이 좋은 이유는 공부 후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클로이는 스터디를 통해 새 기술 적용의 실패 경험 등을 공유받고 더 나은 패턴을 실서비스에 적용했다. 이에 대해 클로이는 "이전 회사에서도 신기술 사용을 해왔지만, 기존의 했던 일보다 여기에서 한단계 더 빌드 업(build-up) 했다고 느낀다"면서 "카카오페이의 동료들이 기술적인 것에 대한 관심도 높고 '어느정도 성장을 했다' 싶을 정도로 도움을 받고 있어 저는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카카오페이는 자기주도적인 분들이 정말 많은 것이 특징"이라며 "사실 귀찮은 일일 수 있지만 서로가 실패와 만족을 공유하기 때문에 당연히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스터디를 이끄는 에릭은 "기존에 다른 분들이 발표 주신 내용을 갖고, 신규 프로젝트에는 실제 그 내용을 많이 녹여서 사용 중"이라며 "사실 저 혼자 개발하는 상황이었다면 그 기술을 찾아볼 생각도 안했을 것이고, 있는지도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더 건강한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학습하고 체계화 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회사 경영진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직원들이 스스로 공부방을 열었으니, 경영진의 반응 또한 뜨겁다는 후문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 당연히 경영진들도 이같은 스터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조직문화 덕에 카카오페이는 자기주도라는 키워드로 올해도 성공 사례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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